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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왜 극단적 선택 했나… 국정원 ‘해명’ 후 ‘내부 감사’ 착수, 조사 전 심리적 압박감 가중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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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가정보원 관련 사건으로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임모 과장은 해킹 논란과 관련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목숨을 끊었다.

19일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임 과장은 지난 17일 저녁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 자료를 배포한 이후 커다란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당시 입장 자료에서 “국정원은 국민의 국정원입니다. 여당의 국정원도, 야당의 국정원도 아닙니다”라며 “국정원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을 사찰하겠습니까? 국정원의 정보위원회 증언은 국민 앞에 그리고 역사 앞에 한 증언입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법을 철저히 준수했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활용한 바 없고, 그렇게 활용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이처럼 격앙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정원 입장 자료 작성에는 이 원장이 직접 관여했고 국정원은 이날부터 해킹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 조직 전체가 술렁이는 가운데 감사까지 시작되면서 실무 책임자였던 임 과장의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임 과장은 해킹과 관련된 국정원 내부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추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임 과장은 국정원 수뇌부와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로 시작하는 임 과장의 유서에는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국정원과 경찰은 애초 “유족 반대로 유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으나 19일 오전 총 3장의 유서 가운데 마지막 장을 공개했다. 국민적 의혹의 중심에 선 사건인 만큼 유족에게 보낸 메시지가 든 부분은 제외하고 해킹 관련 내용은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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