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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야 “죽기 전 자료 삭제, 증거 인멸…불법 사찰 의혹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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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철저 규명 촉구… 잇따른 정치적 자살에 유감 표명

“해킹팀 로그 국내 IP 138개” 주장… 국정원 “우리와 무관”

안철수 “원본 파일 등 확보, 선 의혹검증 후 현장조사를”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19일 국가정보원 임모 과장(45)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유서에서 해킹 프로그램 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나오자 “불법 사찰 의혹이 더 커졌다”며 진상규명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치적 사건에서 자살이 잇따르는 데 유감도 표시했다.

경향신문

진상조사 요구하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가운데)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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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은 “이탈리아 해킹팀 로그기록에서 한국 인터넷주소(IP) 138개가 발견됐다”고 사찰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정원은 “해킹팀이 디도스 공격을 받은 흔적”이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임 과장의 자료 삭제를 “증거인멸”로 규정한 뒤 “국정원의 불법 국민사찰 의혹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연구개발용으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자료를 남겨야 하는데, 부서 직원이 자기 선에서 삭제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해킹 프로그램 구입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책임을 임씨 개인 ‘욕심’과 ‘실수’로 돌리려 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과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세 번째로 정치적 자살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불법 사찰을 하지 않았다는 소명이 되면 오히려 훈장과 포상을 받을 직원인데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때문에 죽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설명”이라고도 했다.





정의당도 당 대표단과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서기호 당 국민사찰의혹 진상조사단장은 “숨진 국정원 직원은 ‘대테러, 대북공작 활동에 오해를 일으켜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라고 증거인멸을 스스로 밝혔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의원은 이날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파일 2개에서 이들이 2014년 3월4일 138개의 한국 IP로부터 데이터를 받았다는 로그기록을 발견했다”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 IP에는 다음카카오와 KT 등 정보기술(IT) 기업, 서울대·부산대·전남대·단국대 등 13개 대학, 한국방송공사(KBS)가 포함됐다. 국내 IP 로그기록이 맞다면 “해외·북한 정보 수집과 실험·연구용으로만 썼다”는 국정원 해명과 배치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국정원은 “한국에 해킹 공격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 IP를 통해 이탈리아 해킹팀이 디도스 공격을 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IP 138개가 그날 이탈리아 해킹팀을 공격한 전 세계 감염 컴퓨터 4만4718개 중 일부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조사는 국정원이 컴퓨터만 옮겨놔도 의미가 없어진다. 현장조사는 원본 로그파일 등 디지털 증거를 받고 청문회를 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며 ‘선 의혹 검증, 후 현장조사’ 원칙을 밝혔다. “빠르게 현장조사를 하자”는 여당 입장과는 부딪치는 부분이다. 여야는 20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간 ‘2+2’ 회동을 열어 향후 일정을 논의한다.

<조미덥·김상범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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