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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레이더P][상임위탐방] 정보위, 정권향한 창과 방패의 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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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국회 기능을 정한다. 국회를 국회답게 만드는 핵심 기관이 상임위원회다. 국회에는 16개 상임위원회가 있어 행정부처, 공기업 등 정부와 정부 관련 기관을 감시하고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발의한 법안, 청원, 결의안 등을 심사한다. 소관부처 예산과 결산도 심사한다.

상임위를 파악하면 국회를 알 수 있고 국회를 알면 정치가 보인다. 레이더P는 국회 이해하기 첫걸음으로 상임위 탐방을 진행 중이다. 여섯 번째 순서는 정보위원회다.

매일경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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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 싸인 국정원의 '비밀활동' 관할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 한 기관만을 담당한다. 국정원의 국정감사나 현황 보고를 할 때 정보위 역할은 가장 돋보인다. 국정원 활동은 정보위에서 하는 국정감사, 현황 보고를 통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국정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등을 한다. 외부에 알려지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 비밀로 다뤄야 한다. 같은 법 6조는 '조직과 소재지, 정원까지도 국가안전보장을 위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한다.

◆ 정권 겨눈 野 화살과 이를 막는 與 방패 대결의 장

비밀 업무를 다루다 보니 과거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등은 야당에 대한 탄압이나 회유 등을 한 전력이 있다.

여당은 과거 일이라고 말하지만 야당에서는 여전히 국정원은 야당의 '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 보니 정보위가 정권을 향한 야당의 활시위에 장전할 화살을 제공하는 상임위가 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국정원법 2조에 따라 대통령 지시와 감독을 받는 기관이다. 법으로 정치적 중립을 못 박았지만 국정원이 개입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정원과 현 정권과의 연관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정원법 13조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의혹이 자라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지난 14일 정보위의 국정원 현안 보고에서 국정원이 2012년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던 점이 지적됐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대북 해외 정보전을 위한 연구개발용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실제 어떤 연구를 했는지는 정보위 위원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보위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2년, 다시 말하면 원세훈 원장이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던 일들이 실제 벌어졌던 그 당시에 이것을 도입했다"며 "'대선 기간에 과연 누구를 상대로 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용됐을 것인가'를 확인하는 게 저희가 밝혀야 할 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의 진실을 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기보다 무엇이 더 '합리적 의혹'인지를 판가름하는 자리가 되다 보니 여당 의원들은 자연스레 '정권 입장을 대변하는 방패'가 됐다.

이철우 정보위 여당 간사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안 했다는 것은 국정원에서 어제 명백하게 밝혔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정보기관의 역할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안기부 정치 개입 막기 위해 설치

정보위원회는 1994년 탄생해 다른 상임위보다는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러나 정보위원회 도입 논의는 1988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는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면서 안기부 활동과 기능을 견제하고 정치 개입을 제한하기 위해 정보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다른 현안에 밀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급물살을 탔지만 여당인 민자당과 야당인 평민당이 안기부 수사권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정보위 설치는 국회법이 아니라 안기부법에 포함됐다. 이후 새 국회가 구성된 1994년 1월 안기부법이 개정되면서 정보위원회가 탄생한다. 그해 6월 정보위원회 구성과 활동 규정이 국회법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춘다.

◆ 83%가 재선 이상…여당은 '경력자', 야당은 '중진' 포진

정보위에서는 국회법 제38조 정원 규정에 따라 여야 6명씩 총 12명 의원들이 활동한다. 다른 상임위 정원을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위원들의 선수가 높은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의원들 중 재선 이상은 10명으로 전체의 83%다. 반면 전체 국회의원 중 재선 이상 의원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수비진영 새누리당은 모든 의원을 재선 이상으로 채워 재선 이상 쏠림이 극심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주제를 다루는 상임위라 '산전수전을 통해 수비력을 갖춘' 베테랑들을 배치한 것이다. 정보위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초기 진화하지 못하면 짧게는 현 정권을 뒤흔들고 길게는 다음 총선,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민식 의원은 검사였던 2005년 국정원 도청 사건 주임검사로 당시 신건 국정원장을 구속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이 방면에서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철우 의원은 2005년까지 국정원에서 근무하며 2001년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파견근무까지 한 경험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당내 주요 직책을 지낸 중진의원들이 포진해 무게감을 갖췄다.

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과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이 정보위 소속이다. 야당 측 지적이 얼마나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지는 얼마나 인지도 있는 사람을 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때 야당의 얼굴이었던 의원들만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법에 따라 당연직으로 정보위에 소속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가세해 무게감을 키웠다.

◆ 상정된 법안 자체가 적어

19대 국회(2012년 6월 이후)에 들어 정보위에 상정된 법안을 모두 합쳐도 29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13건, 국가정보원직원법 8건이고 나머지 8건은 테러 관련 법안이다.

가결률도 6%(29분의 2)에 불과하다. 통과된 두 건은 국정원 직원의 처벌과 채용 등 인사에 관한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과 국정원 직원법 개정안이다. 나머지 법안은 모두 정보위에 계류 중이다.

전반기 정보위원장을 지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쟁점 법안이 많다 보니 그렇다"고 밝혔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다 보니 해킹,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 국정원 권한을 넓히려는 법률은 야당이 반대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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