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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법원 '국정원 댓글' 원세훈 사건 파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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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6일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재판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이유는 유무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증거 채택부터 잘못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과 찬반 클릭, 트위터 활동이 국정원 직원에게 금지된 정치관여 행위인지, 공무원이 할 수 없는 선거운동에 해당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검찰이 원 전 원장에게 적용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세가지다. 국정원 직원이 2125회에 걸쳐 인터넷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1214회에 걸쳐 특정 게시글에 찬반 클릭을 하고, 트위터를 통해 78만6698회에 걸쳐 트윗과 리트윗글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트위터 활동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찬반클릭, 트윗글과 리트윗글 등 사이버 활동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한 활동인지를 가장 먼저 확정해야한다. 이후 이런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이 과연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 또는 선거 개입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판단한 뒤 최종적으로 유무죄 여부를 가리게 된다.

서울고법은 이런 순서대로 판단을 해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이 첫번째 단계인 증거 채택 단계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봤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관여, 선거개입 활동이라고 제시한 트위터 활동 일부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1157개 트위터 계정으로 78만회의 글을 올렸다고 기소했지만 1심에서는 175개 계정 11만회만 인정됐고, 항소심에서는 716개 계정 27만회를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 활동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중에서 국정원 직원 김모씨 이메일 첨부파일에서 발견된 422개 트위터 계정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계정을 이용한 트윗·리트윗 글을 재판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씨 이메일에 있던 2개의 첨부 파일(‘425지논 파일’ ‘시큐리티 파일’) 내용은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 필요로 수집해 기재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여행, 상품, 건강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사이버 활동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 이메일에 있던 두 개의 파일에 담긴 트위트 계정과 트윗글이 국정원 심리전단이 조직적으로 사이버 활동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 중 2125회에 걸친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1214회에 걸친 찬반클릭 행위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의 이런 활동이 현행법에 위반되는 지, 원 전 원장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채 우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범위부터 다시 확정한 뒤 현행법 위반 여부, 원 전 원장의 개입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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