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원세훈 “전교조, 불법 노조로 국정원이 정리해야” 2011년 지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정원장 때 발언 ‘국정원 내부 문서’ 공개 파문

▲ “민주노총 소속 노조 탈퇴토록 했는데 더 강하게 하고”

전교조 법외노조화·민주노총 탈퇴 개입 인정하는 셈

‘조합원 자격’ 위헌심판 오늘 결정 ‘전교조 운명의 날’


국가정보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와 민주노총 노조들의 탈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향신문

경향신문이 27일 입수한 2011년 2월18일자 ‘(국정원)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보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사진)은 “내부 종북 좌파들부터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관계되는 부서하고 지부에서는 거기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대처 좀 해줘야 되겠다”며 “전교조 자체가 불법적인 노조로 해서 우리가 정리를 좀 해야 될 것 같고,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라고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은 “실무자들이 가서 실무자를 만나니까 국정원에서 어쨌다 소리가 나오지”라며 “지부장들이 교육감이라든가, 교육감이 좌파교육감 같으면 (교육부 공무원인) 부교육감을 상대”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가 정보기관 수장이 간부들에게 전교조 불법노조화 활동에 직접 나서라고 독려하고, 국정원이 2009년 이후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탈퇴에 개입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발언은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단순한 법적 갈등 문제가 아니라 정보기관의 기획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법적 소송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노조 파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있었는데 이번 문서를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며 “국가기관이 노조 파괴 작업을 벌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불법화 시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2월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한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 2조에 위배된다며 규약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10월 전교조가 총투표를 실시해 규정을 삭제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법외노조라고 통보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교원노조법 2조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평등권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후 심리가 일시 중단돼 전교조는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교조의 합법노조 여부는 28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이날 교원노조법 2조를 위헌으로 판단하면 전교조는 항소심에서 승소해 합법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고, 헌재가 합헌으로 판단하면 법외노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헌재가 헌법 가치와 정신에 입각한 상식적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원식·김지환·김경학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