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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현장스케치] 황교안 총리 내정자 딸 결혼식 검소하게 치러…혼주 인사ㆍ방명록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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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읽으며 눈물

아시아투데이

23일 오후 황교안 총리후보자가 딸의 결혼식장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으로 들어서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의 딸 성희씨(29)의 결혼식이 23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렸다.

신랑은 수원지검 안산지청 소속 조종민 검사(32·사법연수원 40기)로 황 장관의 성균관대 법대 후배로 알려졌다.

애초 가족들과의 ‘작은 결혼식’을 계획했던 황 후보자는 법무부와 검찰에 일체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결혼식 자체를 비밀에 붙였다. 그가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사위인 조 검사가 동료검사들에게 돌린 청첩장에도 양가 혼주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황 후보자가 결혼식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면서 이날 결혼식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결혼식을 한 시간 앞둔 시간부터 20여명의 카메라 기자들이 결혼식장이 마련된 대검찰청 별관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입장하는 하객들을 촬영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이날 축의금을 사양했음은 물론 아예 방명록이 놓인 접수대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다.

예식장 앞쪽 단상 좌우측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검찰총장이 보낸 화환 2개가 놓였을 뿐 여느 예식장에서 볼 수 있는 길게 늘어선 화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예식장이 마련된 대검찰청 별관 입구에는 ‘신부 측 화환과 축의는 정중히 사양 드림을 양해바랍니다’ ‘신부 측 혼주 인사와 방명록은 생략함을 양해바랍니다’라는 푯말이 세워졌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과, 봉욱 법무실장, 진경준 기조실장 등 법무부 간부들이 황 후보자를 대신해 식장을 찾은 법조계 인사들을 맞았다.

황 후보자는 예식이 시작되기 20여분전 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으로 하려고 알리지 않았고, 하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우리끼리 하기로 했다”며 “딸을 보내는 마음이 애석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주례는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강 원장 역시 성대 법대 출신으로 황 후보자와는 오랜 친구사이다.

강 원장은 부장판사였던 시절 신랑인 조 검사가 성대 법대 ‘신우회’ 회장이라며 자신을 찾아와 후배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강 원장은 주례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신랑, 신부에게 두 가지 부탁한 게 있다며 하나는 신랑, 신부가 각자 상대방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와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신부 측 부모를 대표해 편지를 읽기 시작한 황 후보자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길을 너와 함께 걸어 내려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아빠 그리고 엄마는 널 참 많이 사랑했는데, 같이 사는 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구나. 마음도 표현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던 것 같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다. 더 자주 말할 걸, 더 깊이 마음을 줄 걸,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할걸, 정말 아쉽구나라며 딸을 보내는 아빠의 서운한 마음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이어 “그렇지만 네가 슬퍼할 때 아빠도 슬펐고 네가 아파할 때 아빠도 힘들었단다, 내가 기뻐할 땐 한없이 행복했지. 지금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황 후보자가 눈물을 보이며 한참 동안 편지를 읽지 못하자 객석에서 한 남성 하객이 “화이팅”을 외쳤고, 순간 객석에서는 격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진 주례사에서 강 원장은 “결혼한 부부들이 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결혼을 통해 득을 보려하기 때문”이라며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말고 항상 아끼고 사랑할 것을 당부했다.

또 그는 부모와 자식을 활과 화살에 비유, “부모들은 자녀들을 더 멀리 날려 보내려고 헌신하는 것”이라며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고 항상 공경할 것을 강조했다.

이날 축가는 신랑 측과 신부 측 양쪽에서 한 팀씩 공연했다. 먼저 축가에 나선 신랑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의 노래가 끝난 뒤 사회자는 “사법연수원에서 공부만 하느라 노래 연습은 많이 못하신 거 같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신부 성희씨의 친구 3명이 드라마 ‘내일은 사랑’의 주제곡 ‘장미의 미소’를 부를 때는 하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혼식이 끝난 뒤 피로연장이 마련된 아래층 식당에는 신랑 측 하객들과 신부 측 친지, 미리 인원이 파악된 법무부 직원들만 입장이 가능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이귀남·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조계 인사는 물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김수민 국정원 2차장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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