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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김현주의 일상 톡톡] 안심전환대출이 뭐길래…은행·대출자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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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편집자주> 연 2.6%대 역대 최저 고정금리 전환대출 상품인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오는 24일로 임박한 상황입니다.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앞두고 시중은행에는 자격요건이 되는지 묻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정부가 20조원 규모로 선착순 판매한다고 발표했는데 안심전환대출 자격요건인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일시상환 대출 규모가 2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은 무려 10대 1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 관계자들은 원금 상환 여력이 있는 고객이라면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안심전화대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24일 출시되는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을 놓고 '조기 소진' 비상이 걸렸다. 한 달 한도가 5조원으로 설정돼 은행 지점 1곳당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7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미리 준비해 서둘러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변동금리를 적용 받거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24일 각 은행에서 일제히 출시된다. 취급 은행은 ▲국민 ▲기업 ▲농협 ▲수협 ▲신한 ▲우리 ▲외환 ▲하나 ▲씨티 ▲SC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제주은행 등 16곳이다. 만기는 10·15·20·30년으로, 5년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금리조정형의 대출금리는 연 2.63%, 만기일까지 동일한 금리가 적용되는 기본형은 2.65%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5%대이므로 금리 차이는 0.9%포인트에 달한다. 2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한해 무려 180만원의 이자액을 절감할 수 있다. 대상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액 5억원 이하의 아파트 및 빌라·단독주택 등이다. 기존 대출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고가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자가 해당된다. 더구나,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되면 고객 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은행권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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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의 공급이 한정된다는 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300조원을 넘어섰고 평균 대출액이 1억원 안팎이므로 대출자 수는 300여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는 대출의 비중이 전체의 86.7%이므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200만명을 넘는다. 반면, 안심전환대출의 올해 총 재원은 20조원으로 이달에 공급되는 1차분 물량은 5조원에 불과하다. 평균 주택담보대출액 1억원을 적용하면 이달에 안심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5만명 밖에 안 된다.

이를 전국의 은행 지점 수 7306개로 나눠 보면, 은행 지점 1곳당 안심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6.8명에 지나지 않는다. 2차분 이후의 물량을 모두 합쳐도 지점 1곳당 27명에 불과하다. 서둘러 신청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1차분 물량의 소진이 언제 될지 모르므로 일단 고객들의 신청은 접수해야 하는데, 일찍 신청하고도 안심전환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은행에 불만을 쏟아낼 수 있어 상당히 걱정스럽다는 분위기다.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원하는 대출자들도 가슴을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1억4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인 허모(32)씨는 "현재 금리가 3.2%여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금리가 0.7%포인트나 떨어진다"며 "은행에서 조기 소진 우려가 있다고 해서 24일 오전에 신청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직장인 김모(44)씨도 "계산해 보니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한해 대출이자가 200만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며 "24일 아침 일찍 은행 지점에 가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기 소진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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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상품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대출 담당자들은 금리가 싸다며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갈아탔다가는 대출금을 못 갚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전환 다음 달부터 바로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기 때문. 급여생활자가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상환금을 늘릴 여력이 없는 경우 당장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뎌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은퇴 시기가 멀지 않은 급여생활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시 거치식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려 한다면 이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로 최대 1.2%를 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후 3년이 지나기 전 다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며, 수수료는 대출을 받은 후 경과한 날짜에 비례해 줄어든다. 은행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경우 대출자들이 부담해야 할 월 평균 상환액이 1.4~1.8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다 보니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금 당장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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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평균 변동금리는 연 3.5%대로, 이 금리 대출자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은 1%포인트에 가까운 대출금리 손실을 보게 된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은 대출자가 대출 실행 후 3년 안에 대출을 상환하면 경과 기간에 따라 최대 1.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이를 부과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은행권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원이 소진된다는 가정하에 전체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에 따라 은행당 250억∼500억원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연간 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 새 저금리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예대금리차는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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