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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선 불복하냐”던 새누리 당혹… “아직 대법 판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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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 대통령 입장 밝혀라”… 청와대는 침묵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에서 대선개입 혐의가 유죄로 판결나자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9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청와대와 여당은 말을 아꼈다. 이번 판결로 자칫 야권 공세의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1심과 2심의 판단이 (무죄에서 유죄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정해서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곤혹스러운 모습도 읽힌다. ‘종지부’를 찍길 원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 정통성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폭발력 높은 소재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밝혀왔지만, 다시 답변을 요구받게 된 셈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야당에서 아직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현직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새로운 정치적 논쟁에 불을 지피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발한 이후 사건 파장의 확산을 기를 쓰고 막아온 여권으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새누리당은 대선 때는 “무고한 여성을 흔들어 대선판을 흔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역공했고, 대선 이후에는 야권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냐’는 반박으로 맞서왔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검찰 수사팀 항명 파동과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여권의 이런 주장들이 모두 근거를 잃게 됐다.

청와대는 침묵했다. 대변인 명의 브리핑이나 논평 등 일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침묵을 두고 불편한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간 청와대와 여권 주류에선 애초부터 “국정원 댓글 때문에 선거결과가 바뀌었단 말인가”라며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청와대로선 집권 1년차 정국을 뒤덮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재점화되고, 자칫 정권의 정통성 문제까지 제기돼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법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판결을 환영하며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이다.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불법 개입했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된 만큼 박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공작 저지’ 특위도 “아직도 장막에 가려진 남은 진실을 밝혀 헌정질서 문란 세력의 만행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은 “오늘 다시 수사과장이 된 듯 보람차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불법을 명확히 판단하고 불의에 잘못을 묻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사법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정인·심혜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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