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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김상곤 “진보교육감들, 학생·학부모·교사 공동체 활성화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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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1기 진보 교육감한테 듣는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학교 민주주의 확장 절실한 과제

학생 소질 계발·진로 찾기 밑바탕

교육 바꾸려면 초등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대학입시 개혁도 필수

시민과 소통하고 동의 얻어내야


6·4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교육감 17명이 1일 취임해 업무에 들어갔다. 새 교육감들, 특히 ‘진보 교육감 2기’를 열어갈 13명의 진보 교육감들한테 전하는 김상곤(65) 전 경기도교육감과 곽노현(60) 전 서울시교육감의 조언을 들어봤다. 1기 진보 교육감 6명 가운데 상징적 얼굴인 김 전 교육감은 ‘학생·학부모·교사 등 세 주체의 교육공동체 활성화’를, 곽 전 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연대’를 힘주어 당부했다.

진보 교육감 13명이 1일 취임해 이른바 ‘진보 교육감 2기’ 시대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바라는 민심을 구현해야 할 이들에게 김상곤(65) 전 경기도교육감은 “교육 혁신을 위해선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함께 활약하는 교육공동체를 활성화하고 학교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으로 내달렸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소질과 소양에 따른 창의교육을 내걸었다.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바꿀지 국가교육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정파를 떠나 교육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김 전 교육감의 인터뷰는 지난달 12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김 전 교육감은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의 압도적 선출을 “국민이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바꿀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진보 교육감들은 국민들이 교육에서 희망을 갖도록, 교육을 살려 선진 교육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를 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재임 중 ‘혁신교육’의 불씨를 만들고 확산시켰다며, 특히 공동체적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고 회상했다. 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헌장, 학부모회조례를 만들어 학교 구성원들이 제구실을 할 토대를 마련했다고도 되짚었다. 그는 “혁신학교 모형을 제시하고 방향을 창의지성교육으로 잡은 것이 제가 한 역할”이라며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와 함께 혁신학교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행정이 이를 지원해 혁신학교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부터 혁신학교 282곳을 지정했고 2013년부터 ‘혁신학교 시즌2’를 시작해 1000곳까지 확산시킬 계획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해 2010년 6개 시·도로 확산된 진보적 교육운동을 국민과 교육 가족이 경험하고 판단한 결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라고 김 전 교육감은 짚었다.

그는 직선 2기 진보 교육감들에게 무엇보다 학생·학부모·교사들이 함께 학교를 가꿔가는 ‘교육공동체 활성화’와 ‘학교 민주주의 발전’에 치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이 소질을 개발하고 자신의 미래와 연계해 진로를 찾아가게 하려면 이 두 가지를 근간으로 삼아 지역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은 교육이 바뀌려면 교육감들이 관장하는 초중등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도 변화해야 한다며, 그 매개인 대학입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 기간엔 직접 ‘혁신대학 네트워크’ 구상을 낸 바 있다. 사립대에 예산을 지원해 정부 책임형 사학으로 발전시키고, 학생들이 1년쯤 교양과정을 거쳐 대학을 다닐 자격이 있는지를 살핀 뒤 지역별로 공동 운영하는 혁신대학에서 전공과정을 밟게 하자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한 교육부의 검찰 고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등을 두고 그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는 잘못된 우리 정치·사회 구조가 아이들에게 가한 교육 참사로 볼 수 있다. 교육자들이 이런 현실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죽은 사회다. 시국선언은 교사 이전에 시민으로서 양심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후속조처로 징계 등을 직접 맡게 될 수밖에 없는 새 교육감들에게 “교육행정엔 실정법과 현실적 판단이 있다. 교육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해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을 두고도 김 전 교육감은 “해직자가 있다고 법외노조로 만든 건 국제법이나 헌법 정신에 비춰 지나치다”고 짚고, 대법원까지 재판 일정이 남아 있고 법외노조여도 교원단체인 점을 고려해달라고 교육감들에게 주문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학교 확대, 학교 안전, 보편적 교육복지’ 같은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예산의 제약이나 제도적 미비점을 두고도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대응해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교육을 바꾸는 작업은 교육 가족 모두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는 국민적 사업이다. 신중하면서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 가족 및 시민들과 소통하고 동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자치협의회 같은 다양한 위원회를 도입하거나 시민사회와 함께할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도 “학생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중앙정부가 교육청에 분담시킨 보육(만 3~5살 누리과정 무상보육) 예산, 고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 등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도록 촉구하기를 제안했다.

교육정책 방향이나 관점이 다른 중앙정부와 맞부딪히게 되면 국민들한테 호소하고 동의를 받아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진보 교육감이 13명으로 절대다수이지만 현재의 중앙집중적 교육시스템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성급하고 졸속으로 하지 말고,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구한다면 동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강조했다. 시장·도지사의 성향과 견해가 다를 때도 교육감은 교육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중심을 잡아가되 기초단체장과 협력하는 방안도 떠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원/글 홍용덕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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