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여론재판 반복” 정 총리 유임 이유 언급
인사 참사 사과 않고 “국회, 청문제도 개선 모색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도중에 사퇴하면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돼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니,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인사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겠지만 “국회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내부 검증 등 인선 과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재를 중용하는 데 있어 ‘비현실적’ 검증 잣대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투였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인 만큼 누구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식’ 태도다.
박 대통령은 당초 세월호 참사 대응 책임을 진 정 총리를 비롯한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가개조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던 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낙마한 책임을 박 대통령 자신에게도, 두 후보자도 아닌 인사청문 방식에 돌렸다. 총리 한 명을 찾지 못하고 백기를 들어버린 무능함 대신, 이를 검증한 국민 여론과 야당에 책임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후보자를 내놓은 데 대한 박 대통령 실책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유감 표시도 없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입장 발표 형식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앞에 직접 나와 설명한 것이 아니라 부실 검증 책임이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을 앞에 두고 정 총리 유임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인사 참사로 국정 최대 위기 상황에 몰리고도 진정성 있게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사과하고 총리 유임에 대해 설명하기를 기대했는데 사과는커녕 남 이야기하듯 국민과 제도만을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홍욱·김진우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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