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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구룡마을 개발 실행안 조속히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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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강남구 협의 처리 촉구

결론 어정쩡… 양측 아전인수 해석 “市, 개발방식 변경 무효 아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구룡마을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조속히 실행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협의 처리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실시된 ‘구룡마을 개발사업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서울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문제는 6·4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소속 신연희 강남구청을 중심으로 한 여야 간 대결로 주목을 끌었다. 서울시는 2011년 현금보상 방식의 개발방침을 밝혔다가 2012년 토지 소유자에게 땅값 대신 일부 토지의 개발권을 주는 ‘일부 환지(換地)’ 혼용방식으로 변경했다. 강남구는 토지 수용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초단체와 협의를 하지 않았고, 주민공람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다며 반발해 수년째 개발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개발방식 변경이 무효라는 강남구의 주장에 대해선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공람을 누락한 점은 문제가 있지만 재공람에 대한 명시 규정이 없고 그동안 이런 사안을 직접 다룬 판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일부 환지 방식이 특정 토지주에 대한 특혜라는 강남구의 주장은 국토연구원의 용역 연구결과를 인용해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서울시가 환지 규모를 축소하면서 토지주 개발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계획대로 환지 규모가 18%일 때 토지주에게 돌아가던 이익은 2169억원이지만, 2%로 축소할 경우 이익도 310억원으로 떨어졌다.

감사원은 박 시장에게 “앞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관계기관 협의, 주민공람, 사업성 검토 등의 제반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신 구청장에게도 “뒤늦게 이견을 제시해 사업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줬다. 결국 감사원은 “관계기관의 사전협의 미비 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개발사업에 대해 서울시와 강남구가 조속히 협의해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특정 분야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서울시와 강남구 양쪽이 원만하게 합의해 구룡마을 개발이 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감사 결과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강남구 양측이 아전인수격으로 감사결과를 해석하면서 이번 감사가 출구찾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감사원이 개발방식 변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발표한 만큼 일부 환지 방식의 사업계획에 강남구가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남구는 “구에서 제기했던 특혜 의혹이 감사 결과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면밀히 분석해 추후 대응 방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은 오는 8월 2일까지 개발계획이 수립·고시되지 않으면 도시개발구역지정이 해제돼 개발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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