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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 [中] 내 생각과 다르면 敵… 이념 전쟁터 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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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편이면 칭송, 아니면 욕설… 지역·계층·세대간 갈등 부추겨

배우 김정태씨는 최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어린 아들과 함께 출연해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갑자기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김씨와 아들이 새누리당 한 기초단체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는 글과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김씨는 '아들을 정치에 이용한 파렴치한 아빠'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의 아내가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같은 동네 주민들까지 잡아먹을 듯하니 마트도 못 가겠다. 글을 올릴 때는 자세한 정황을 알고 글을 올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정치 바람을 탄 SNS의 광풍(狂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반면 배우 김의성씨는 지난 1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지 ××야. 앵벌이도 껌 정도는 내밀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자립의 의지가 없어 ××놈이'라는 욕설 글을 올렸다. 무명에 가깝던 김씨는 이 욕설 트위터 하나로 야권 성향의 SNS 이용자들에 의해 '개념 배우'로 칭송받으며 유명세를 얻었다.

등장 초기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트위터·카카오톡·페이스북 등 SNS가 최근에는 이념·지역·계층·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소통 자체를 봉쇄하는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토론을 통한 의견 수렴이라는 소통의 이상(理想)은 사라지고, 현실에서는 '끼리끼리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SNS를 통한 편 가르기와 이념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 파워 유저(사용자)들이 원래 정치적·이념적 발신(發信)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며, 우리 사회가 분단, 양당(兩黨)제, 양극화 등 갈등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세대 김영석 교수는 “SNS는 정치적·이념적으로 통하는 사람들끼리 뭉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배제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 SNS의 익명성이 더해지면서 지역, 성(性), 종교 등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여과되지 않은 표현들이 난무하며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할 정치권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오히려 SNS를 활용해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승하는 모습도 보인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월 북한 무인기 문제를 두고 SNS에서 수준 이하의 입씨름을 했다. 정 의원이 ‘무인기가 북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 의원이 페이스 북에 ‘너의 조국(북한)으로 가라’고 하자 정 의원은 다시 트위터에 ‘너의 감옥으로 가라’고 대응했다.

자극적이고 튀는 발언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인들이 SNS 이념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동서대 이완수 교수는 “오죽하면 SNS의 갈등 근원을 우리의 당쟁(黨爭) 역사에서 찾는 일까지 벌어지겠느냐”며 “정치권이 이런 갈등에 편승하려 한다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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