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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발언대] 시장·도지사·교육감 인수위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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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교육감들이 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새출발위원회 등등 이름으로 인수 조직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국정 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인수위원회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 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도지사·교육감 심지어 기초단체장까지 인수위원회 등의 거창한 이름으로 조직을 만들고 이를 과대 홍보하는 일이 과연 온당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자치단체장은 법령의 범위에서 부여된 한정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중간자치단체 성격을 지닌 광역자치단체는 그 기능이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특히 교육감이 할 일은 단순하다. 새로 당선된 시장, 도지사, 교육감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흉내 내고 있으나, 법적 근거는 없다. 그들이 위원회에 집착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 자기과시다.

위원회 규모도 엄청나다. 공동위원장을 둔 곳도 있고 분과위원, 자문위원 등 형식은 다르지만 위원이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이 넘는 곳도 있다.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당선자는 사무를 파악한 뒤 그에 기초하여 선거 공약을 곁들인 계획을 하면 된다. 우리는 당선자가 조용히 사무를 인수·인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시적인 위원회를 거창하게 내걸어 지방 발전에 무슨 실익을 주겠는가. 위원회 운영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지방 소도시 시장 당선자가 인수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243개나 되는데 당선자들이 이런 모양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국력 소모가 얼마나 클까. 단체장이 바뀌면 공무원들이 분주해진다. 사무 인수인계에 관한 모든 자료는 공무원들이 만들고 위원회는 형식적 절차만 밟는다. 우리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이 새 정부 출범 후 요직에 등용되는 경우를 더러 봤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럴 일도 없을 것이다.

당선자들은 세월호의 블랙홀에 갇혀 지방선거가 잘 치러질지 걱정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낮은 자세로 새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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