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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라크 무장단체가 국토 30% 점령…내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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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지 3년 만에 이라크 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북부지역을 장악한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가 남쪽으로 빠르게 세력을 넓히면서다.

'이라크 내전' 위기가 불거지면서 이라크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지난 10일 이라크 제2 도시인 인구 200만의 모술을 차지한 데 이어 11일에는 파죽지세로 살라헤딘주의 티크리트까지 장악했다.

티크리트는 북부 모술과 수도 바그다드의 중간 지점이다. ISIL 장악 지역이 남쪽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라크 정부 관할 지역의 30%가 이들 손에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 등은 ISIL이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 일부를 한때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모술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이지의 정유공장은 하루에 3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다. ISIL은 또 바그다드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바이지의 발전소도 점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ISIL은 이라크 정부군과 경찰 병력이 다시 집결함에 따라 바이지 외곽으로 물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라크 남부지방은 정유시설 외에도 주요 유전이 밀집해 있어 ISIL의 세력 확장에 따라 이라크는 물론 전 세계 원유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ISIL은 트위터를 통해 "축복받은 침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의 급성장 뒤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접경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는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있다. 그는 최근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위협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하디스트'로 손꼽힌다. 레반트는 팔레스타인(고대의 가나안)과 시리아 부근을 일컫는 말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라크 정부는 일반 시민들에게 민병대 구성을 촉구하고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이라크 의회는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요청에 따라 12일 긴급회의를 열어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라크의 정치적 불안과 미 원유재고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일 104.4달러에서 105달러대를 돌파해 연중 최고치 기록을 깼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역시 지난 11일 109.95달러에서 이날 111달러대로 진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라크는 하루 3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이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위기에 몰린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선 이라크에 미군을 파견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국은 이라크 정부가 반군 세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킨 뒤 군사지원만 해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에 무인기(드론)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이라크가 이번 사태에 앞서 비밀리에 미국에 ISIL에 대한 공습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 국민에게 자행된 테러 공격"으로 보고 ISIL을 알카에다 제재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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