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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발언대] '地方선거 아닌 지방선거', 이대로 계속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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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강정운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의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아니다. 6·4 지방선거도 예전처럼 정권심판 대 정권수호의 국가정치 프레임 속에서 진행되었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의 중심 구호가 정권심판이나 정권수호인 현실은 지방선거의 정신과 명백히 상충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정치적 갈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적 관심을 더욱 소외시키기도 하였다. 외형은 지방선거이나 실제는 정권 쟁탈 게임이다. 이처럼 전국적 관심이 지역적 관심을 압도하는 지방선거를 진정한 지방선거로 보기는 어렵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에게 가까운 정부와 가까운 정치의 대리인을 선택하는 행사이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국가적, 전국적 관심과 이슈가 압도하는 것은 지방자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왜곡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것은 정당들이 지방선거를 대선과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만 인식하고 언론들도 이와 같은 어젠다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시민들이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을 책임질 자격과 역량이 있는 대리인을 선택하는 정치적 기회이다. 그렇지만 국가 정치 이슈에 집중적으로 의식화되는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지역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면 선택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정권 쟁탈전의 한 단계로만 인식되는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줄 지역의 인물과 공약을 차분하게 판단할 심리적 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방선거의 탈지방화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유권자 스스로도 인물과 공약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관심을 가졌나를 반성해야 한다. 단체장의 공약이 자신의 생각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확인도 없이 하는 무개념 투표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교육감 선거에서 고입 선발고사의 존치를 바라는 학부모가 공약 확인도 없이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를 찍고 나서 후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것도 큰 문제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지방선거 특히 지방의원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현재 지방선거 방식의 대대적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의 가짜 지방선거를 진짜 지방선거로 개조해야 한다.

[강정운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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