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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1弗 = 1020원 방어선 내줬지만…`혈세` 동원 환투기세력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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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값 초강세 / 정부 시장개입 어떻게 ◆

매일경제

원화값이 달러당 1016원대로 상승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이 금융정보제공 업체의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전화를 걸고 있다. [김재훈 기자]


외환당국이 방어선으로 삼았던 달러당 원화값 1020원 선이 무너졌다. 정부는 1020원 방어에서 충분히 시간을 끌어줬다는 판단하에 9일 원화 강세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 흐름이 가파를 경우 마지노선인 세 자릿수 환율 이전에도 전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원ㆍ달러 환율 1020원 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던 지난달 14일 1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후에도 1020원 선을 놓고 환투기 세력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하지만 사흘간의 황금연휴를 마치고 열린 9일 외환시장에서 1019.7원으로 시작한 달러당 원화값은 브레이크 없이 급등했다. 장 막판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던 기관들이 달러 물량을 털어내면서 원화값은 1016.2원까지 올랐다.

일단 달러당 원화값 1020원 선을 내줬지만 '영원한 후퇴'가 아님은 자명하다. 오히려 지난주 지방선거와 현충일 연휴 때 나온 달러 약세ㆍ원화 강세 기조를 일부 수용하면서 현실적인 방어선을 재구축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1010원 선 수준에서 강력한 2차 방어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1020원 선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있느냐"며 "외환당국의 환율기조는 이전과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투기 세력과 전면전을 벌인다 해도 실탄 면에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정부는 국회로부터 16조원의 원화 외평채 기금을 배정받았고, 유사시 한국은행의 손을 빌릴 수도 있다.

다만 국민 혈세를 가지고 환율에 개입하는 게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국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원화로 달러를 사들여 미국 국채를 보유하는 환율 개입 구조(원고 상황에서)에서 1%포인트 가까운 조달비용이 들어간다. 10억달러 규모 환개입을 하게 되면 100억원 가까운 혈세가 새나가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최초로 발행한 30년 만기 외화표시 외평채에 대해 '지나치게 비싸게 발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9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발행 당시 스프레드보다 0.175%포인트나 떨어진 0.55%포인트 스프레드로 거래됐다.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30년물 외평채 가격이 크게 올랐다(금리 하락)는 얘기다.

지난 3일 정부는 30년 만기 달러화 채권에 대해 30년 만기 미국 국고채 수익률에 0.95%포인트 근처(Area)를 가산한 수준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가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스프레드를 낮춰 최종적으로 0.7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확정했다. 만약 정부가 0.60%포인트 스프레드로 금리를 낮게 발행했다면 3750만달러(약 381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 싸게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점은 속상하다"면서도 "외평채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채권값이 올랐는데,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경제 홍보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 외평채 특성상 국내 배정 물량을 더 늘리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전경운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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