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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로고송·유세차 실종…세월호참사, 선거운동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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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을라"…요란한 전통 유세 방식 기피

"이참에 '소음공해' 선거운동 바꿔야" 유권자들 반겨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재선을 노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선거캠프는 선거운동에 쓸 유세차량을 일찌감치 계약해 뒀지만 최근 기능이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흥겨운 로고송을 틀고 거리를 누비는 유세차량의 홍보 효과는 익히 알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요란스러운 전통적 유세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통합 청주시장 후보인 이승훈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길거리에서 단체 율동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릴 선거운동원을 둘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해온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는 생각에서다.

온 국민을 비통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는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풍속도도 바꿔 놓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선거 일정을 전면 중단했던 여야가 최근 대진표를 짜면서 선거모드로 돌아섰지만 후보들은 여전히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 캠프 관계자는 "'뽕짝' 같은 흥겨운 로고송이나 단체 율동 등 전통적 선거유세는 꿈도 못 꾼다"며 "출퇴근 거리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 정서가 극도로 예민한 때에 온라인에서의 한 번 실수는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한범덕 청주시장의 한 측근은 "일부에서는 미디어선거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애도 정국 속에서 보내는 문자 메시지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보마다 민심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유권자를 사로잡을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시종 지사 캠프는 2012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당시 성공 키워드가 됐던 '마이크로 타켓팅(Micro Targeting)' 전략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종의 개인 맞춤형 선거 전략으로, 유권자의 정보를 정밀 분석해 그에 맞는 최적의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선거운동이다.

방대한 자료 분석과 발품을 필요로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이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선거유세 전략을 찾기보다는 유권자들이 한눈에 후보 간 우열을 비교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에 승부수를 띄우려는 후보도 적지 않다.

통합진보당 신장호 충북지사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조용한 선거운동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토론회는 후보만의 공약을 부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며 토론회 확대를 제안했다.

이승훈 전 정무부지사 측 관계자도 "유권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벤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보의 차별성과 소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는 토론회뿐이어서 여기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라진 전통적인 선거유세를 유권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시민 송모(30·청주시 상당구 수동)씨는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유세 방송과 로고송의 소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이참에 후보들은 돈만 들뿐 효과는 없고, 유권자들도 괴로운 선거운동 방식이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고,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참신한 선거풍토가 자리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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