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등 다중 운집 행사 관리 경험 있지만 사고 예측하기 어려워
무죄 선고되자 유족들 비명·오열 난무…"사망 책임 누구에게 묻나"
업무상 과실치사(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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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김종훈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치안 최고 책임자였던 김광호 전 청장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719일 만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 올라온 내부 보고 등의 내용을 감안할 때 그가 지휘·감독 등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에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관할서인 용산 경찰서를 관리·감독할 일반적 의무는 있지만, 업무상 과실과 관련해 형사 책임까지 인정하려면 구체적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과 같이 재판에 넘겨진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총경), 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서울 세계 불꽃축제 경력 대비 등 경험, 경찰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등에 비춰볼 때 사고를 예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도 들지만 이것이 대규모 안전사고를 스스로 예측할 수 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전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과 사고 발생 이후 혼잡 경비를 위한 경비 기동대 배치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청장에게 올라 온 보고를 감안할 때 주의 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받은 이태원 인파 대응 계획 보고 등을 살펴봤을 때 단순 다수 인파 집중을 넘어선, 대규모 사고 발생 우려 및 대비 필요성과 관련된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청장의 조치는 당시 인식한 위험성에 비춰봤을 때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지시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총장은 서울경찰청 경비과 등에 2차례에 걸쳐 핼러윈 날 점검 마련을 지시했지만 서울청은 자체적으로 수요가 없다고 판단, 용산서도 자체 경력만으로 인파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보고서를 기재했다"며 "김 전 청장이 구체적인 추가 지시를 하지 않고 이를 신뢰한 것이 책임 회피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류 총경과 정 경정에 대해서도 범죄 증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류 총경에 대해선 "사고 당시 112 상황실에 머물지 않아 지연 근무가 발생하는 등 업무상 과실은 인정하나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인과관계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정 경정에 대해선 "접수 대원들이 112 신고 분류 코드 대응 방법을 충분히 인식해 정 경정이 추가 교양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서울청 인력 현황 등에 비췄을 때 (보고 지연 등은) 철저히 불합리하게 처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희생자 유가족들이 주저앉아 눈물 흘리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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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서부지법 정문에선 선고 1시간 전인 9시 30분부터 보라색 조끼를 입은 20명 남짓한 유가족이 엄벌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판이 시작되자 초조한 표정으로 재판장에 입장한 이들은 판사가 "(김 전 청장의 지시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라 단언하기 쉽지 않다", "형법상 사전 예견 가능성이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등 무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훌쩍거리며 한숨을 쉬거나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피의자 3명이 선고를 듣기 위해 일어서자 유가족들의 훌쩍거림은 점점 커졌다. 무죄가 선고되자마자 방청석은 유가족들의 절규와 항의로 뒤덮였다. 김광호를 비롯한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은 방청석으로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살짝 고개를 숙이거나 입술을 깨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선고 결과를 들었다. 일부 유가족들이 "차에서 내려라"고 외치며 법원 밖을 나서는 김 전 청장의 차량을 쫓아갔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김광호는 무엇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며, 죄가 없다면 159명의 사망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며 "김광호 등 모든 책임자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싸울 것"이라며 목이 메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내부 보고 등을 통해 인파 밀집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에도 혼잡 경비를 위한 경비 기동대 배치 등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게을리했으며, 사고 이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에도 관련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있다.
참사 당일 당직이었던 류 총경과 정 경정은 압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정착 근무를 하지 않거나 상급자 보고를 지연해 피해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유사한 사고 전례가 없었고 당일 이태원에 별도 행사도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경찰 조직을 지휘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류 총경엔 금고 3년, 정 경정엔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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