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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광역단체장 직속 위기관리보좌관 신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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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싱크탱크 광장] 한겨레사회정책연 ‘6·4선거 정책 토론회’

2014년 4월16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졌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기업의 탐욕 등이 엉긴 이 사건은, 우리에게 슬픔과 분노를 넘어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는 이런 우리 사회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우선 중앙정부의 재난관리체계의 처참한 현주소가 확인되면서, 재난방지·대응의 1차적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 및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 를 비롯해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이 공동주최한 ‘6·4 지방선거 ‘좋은 정책’ 종합토론회’에서는 지자체의 재난 관리는 물론 노동·복지·경제민주화 등 시민사회의 다양한 정책 제안들이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 계기 재난관리 이슈로
“지자체 역량 강화” 목소리 높아져

‘가시적 업무’ 밀려 예방 재원 뒷전
재난 전담 관리자·매뉴얼도 없어
구호활동은 복지 차원서 이뤄져야
주요시설은 위험지도 작성 점검을
시민안전협의회 등 참여 방안 필요


사람도, 돈도, 지침도 없다

재난은 ‘대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지역의 지리적·사회경제적 특성 등을 파악해, 재난의 원인과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놓는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역의 주요 위험시설·유해물질 등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업무가 아니어서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예컨대 경상북도에는 전국 저수지(1만750여개)의 3분의 1인 5540여개가 몰려 있다. 이 가운데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곳(641곳)을 제외한 나머지 88%는 경북도와 각 시·군의 몫이지만,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106억원으로 농어촌공사(316억원)의 3분의 1 토막에 그친다. 대부분 수십년 된 노후 저수지여서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지자체에서 이를 관리·보수할 역량도 재원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은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충북대 교수)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지자체의 재난·안전관리 조직은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수동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는 조직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노력보다는 상급 정부와 정치인, 언론 등에 제공할 보고서 작성과 브리핑 준비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 안에 재난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담당자가 없고 주요 업무로 취급되지 않아, 각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매뉴얼(행동지침)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 소장은 “새로운 위해물질 사업장들이 각 지역에 들어서는 등 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현재 지자체들이 갖고 있는 재난 매뉴얼은 담당자 연락처 정도만 바뀌는 수준이어서 대부분 활용가치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여기에 재난을 당한 이재민이나 피해자에 대한 응급구호 활동 역시 30~40년 전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소장은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유족과 실종자 가족 수백여명이 체육관 한 곳에 모여 사생활에 대한 배려 없이 지내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난민촌 구호”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업을 포기한 채 실종자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 등 복지 차원의 구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재난관리 주체로 나서야

지방자치단체의 최우선 책무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껏 ‘성장’과 ‘개발’이 우선시되어 재난예방·대응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전략·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희망제작소에 딸린 재난안전연구소는 이에 최근 자치단체장 후보를 위해 5개 분야 재난안전 선거공약 37개를 공개 제안했다. 우선 재난 예방을 위해선 광역자치단체가 상시적인 위험물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위기관리 보좌관’을 신설해 운용하고, 재난 안전 전담 부서를 지자체장 직속에 둘 것을 제시했다. 지역의 유해화학물질이나 댐·저수지·원자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위험지도를 마련해 상시적인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이를 책임질 공무원들의 전문성 제고도 시급한 과제다. 희망제작소는 재난안전담당 공무원의 위기대응 업무를 전문화하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자체가 유관기관, 민간단체와 함께 협력적인 현장지휘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혹은 ‘시민’의 관점에서 재난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과제로 제기됐다.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이재민 또는 피해자 처지에 서서, 이들의 생활과 정서까지 보듬어낼 수 있는 구호체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시민안전협의회’나 ‘학부모안전관리단’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주요 정책공약으로 제안됐다.

‘지방 살리기’ 정책 제안 봇물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역시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역 사업체 대다수가 중소영세 사업장이다 보니,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노동자의 권리나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삶과 문화가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 20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역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투명한 지방행정을 위한 과제 12가지를 제안하고 나섰다. 우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생활임금 보장 △지자체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어린이집 확대 △빈곤주민 보호 △지역 중소상공인 지원기구 설치 △지역상품권 발행 등을 꼽았다. 또 지방행정·정치를 책임져야 할 이들이 수용해야 할 정책으로는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 제정 △감사기구 독립성 확보 △참여예산제·시민정책배심원제 시행 △지방공공기관 사장 인사청문회 △지방의회 표결 실명제 등을 제안했다. 이태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이 12가지 정책을 공약에 포함시킨 후보들을 조사하고, 유권자들에게도 투표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 줄 것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중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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