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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Why뉴스] "새정치연합 왜 조중동 종편 반발에 굴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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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카드가 없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굴복한 것"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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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가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개정안과 단말기 유통법안 등 132개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입법제로', '식물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던 미방위가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한 것이다.

미방위가 제 역할을 하게 된 건 새정치연합이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던 편성위원회 설치 조항을 새누리당과 조중동 종편의 요구에 떠밀려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조중동 종편에 굴복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새정치연합 왜 조중동 종편 반발에 굴복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방송법 개정안 이번에는 처리 되는 거냐?

= 어제(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으니까 오늘(1일) 법사위 심의를 거쳐서 내일(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니까 이번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개정안 뿐만 아니라 단말기유통법 제정안,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등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방송법 개정안은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조항이 빠지는 대신 공영방송인 KBS사장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이사 결격사유 강화,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이 포함됐다.

▶ 노사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던 편성위원회 조항을 제외한 걸 두고 비판이 거세다.

= 그렇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조중동 종편에 굴복한 것"이라는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그제 <최소한의 원칙도 포기한 새정치연합을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새누리당과의 야합을 택했다"며 "수구족벌언론의 압력에 여·야 합의를 내팽개친 새누리당과 그런 새누리당의 억지주장에 결국 동조하고 마는 새정치연합의 무원칙 무소신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김한중 정책실장은 "조중동 종편의 압박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1차적으로 굴복을 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두 달을 버티다 결국은 굴복했다"고 평가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조차 합의를 번복하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아낼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조항을 제외한 데 대해 비판한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편성위원회는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새정치연합이 편성위원회 문제를 왜 쉽게 양보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야당이 여당과 조중동의 압력에 굴복해 그렇게 합의한 건 명분도 실리도 잃는 일"이라면서 "이렇게 됨으로서 종편은 무방비로 방치될 것이고 기자나 피디 등 제작자의 목소리를 낼 통로를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국회 미방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은 "편성위원회 설치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편성위 설치 조항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정 보류' 했을 뿐"이라며 "후반기 국회에서도 미방위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 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의원은 "지난해 11월에 여·야가 특위에서 합의했고 올 2월에는 여.야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내용만이라고 입법하자고 합의했는데 종편들이 반발한다고 이를 번복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조중동의 입김에 청와대가 굴복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굴복하고 결국에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마저 굴복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종편에 굴복한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이고 야당은 종편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다수당의 횡포에 떠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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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새정치연합은 왜 종편의 반발에 굴복한 것이냐?

= 새정치연합에서는 종편에 굴복했다기 보다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횡포에 떠밀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했다가 종편의 반발에 이를 뒤집은 것이니까 결과적으로는 종편에 굴복한 셈이 된다.

일단 새정치연합으로서는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도 정쟁만 일삼는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운데다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방송법 때문에 시급한 민생법안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편성위원회를 양보하지 않으면 모든 법률을 처리하지 말자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나? 선택할 카드가 없었다"면서 "여당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서 방송법 안 되면 미방위 모든 법안 통과시키지 말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뒤집어씌우면 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상황에서 도리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또 국회 미방위에는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병헌 원내대표에 장병완 정책위 의장, 노웅래 사무총장, 최재천 전략본부장이 모두 미방위 소속이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방송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버틸 경우 야당으로서는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야당이 추천하고 국회표결을 거친 고삼석 방통위원 문제도 해결이 난망인 상황에서 방송법 개정안 때문에 다른 법률안까지 통과시키지 않고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성호 수석은 "편성위원회를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 것이 아니고 어쩔 수없는 일"이라면서 "이 상황에서 미방위가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지금의 언론 상황에서 야당이 견딜 수 있겠나?" 라고 반문했다.

유승희 의원은 "미방위 간사인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미방위 위원들이 편성위원회를 보류하고 나머지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하니 받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KBS사장 인사청문회와 이사 자격요건 강화만이라도 받고 가나 아니면 미방위가 방송법과 나머지 법률 모두를 처리 안 하고 가느냐의 선택이었다"면서 "한 걸음 못가면 반걸음이라도 나가자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 현실적이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정성호 수석은 "참여정부시절 국가보안법 개정이냐 폐지냐의 논란을 사례를 들면서 국보법 폐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조문 하나도 바꾸지 못했다"면서 "이번 방송법 개정안도 편성위 설치만 고집할 것이냐 아니면 KBS사장 인사청문회라도 통과시킬 것이냐의 기로에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 방송법을 보류하고 나머지 법안을 통과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 일부에서 그런 비판을 하는데 야당으로서는 이 카드가 가장 최악의 카드라는 것이다.

정성호 수석은 "방송법만 제외하고 나머지 법률만 통과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새누리당이나 KBS가 원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렇게 될 경우 KBS사장 인사청문회나 공영방송 이사진의 자격요건 강화,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에서는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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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채널 4사의 로고. (노컷뉴스/자료사진)


▶ 여·야가 합의를 했다가 조중동이 반대한다고 그걸 뒤집어서 포기하나? 그래도 되나?

= 언론단체나 교수들은 웃기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교수들은 "여·야가 합의를 한 걸 종편들이 떠든다고 조중동이 비판한다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무너지고 야당마저 무너지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질타했다.

김민기 교수는 "여.야가 합의했던 것을 종편과 조중동이 반발한다고 여당이 이를 번복하고 야당만 편성위 설치문제를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버티다 결국 굴복하는 건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론노조에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방송공정성 법안은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투쟁의 유일한 결과물이며 나아가 박근혜 정부 출범의 전제조건으로 시작된 논의의 결과"라면서 "수많은 언론노동자들이 아직도 해직과 징계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지만, 야당은 언론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결과물을 오직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2012년 방송사 파업의 성과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결과물이 뭐가 남았나?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 문제는 아직 논의도 안했는데 가장 초보적인 편성위원회도 관철시키지 못하는데 뭘 할 수 있겠나?" 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언론노조 김한중 정책실장은 "앞으로도 여.야가 합의했다가 또 종편이 반발한다고 뒤집는 다면 어떻게 할 거냐?"며 "정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방송공정성 법안은 이미 여·야가 합의했던 원안대로 처리돼야 한다. 만약 이번 결정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보수언론의 억지 주장에 여·야가 합작해 국회 스스로 원칙과 상식을 방기해버린 최악의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30일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지난 2월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가 이를 번복한 것을 놓고 여·야 의원들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노웅래 의원이 "여당이 외부의 압력 때문에 합의를 뒤집었다.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당초 방송공정성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보고서를 채택한 내용을 그대로 완료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먼저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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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의원. 자료사진


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미방위가 두 달간이나 파행한 것은 새누리당이 방송법 처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정말 궁금한데 편성위원회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 사실 저도 그게 궁금했다. KBS와 SBS가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 중에 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 3사가 공정방송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KBS나 SBS가 편성위원회 때문에 하고자 하는 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방송 관계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해봤다. 편성위원회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이 "편성위원회 있다고 할 걸 못할까?"라는 반응이 대세였다.

김민기 교수는 "편성위를 설치하게 되면 현업자들이 편성을 마음대로 주도하게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견강부회'"라면서 "민간방송인 SBS에 편성위원회가 있다고 노측에서 하자는 데로 끌려가느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편이 편성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는 건 결국 스스로 방송이기를 부정하는 것이고 공정한 보도나 방송을 하겠다는걸 부정하고 부인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어 황당하다"라고 평가했다.

국회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특위 논의과정에서 편성위원회는 쟁점도 안됐다"면서 "위원장 산하 자문단에 여.야에서 동수로 추천한 자문교수단이 보도와 제작의 편성자율권을 보장하고 경영진과 현업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편성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여.야 이의 없이 채택됐던 사안"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편성위원회 설치문제는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에서 합의하고 올해 초 국회에서 논의했을 때까지 비판이 반발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야가 미방위 소위에서 합의한 뒤 TV조선을 시작으로 편성위원회가 위헌소지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중동과 종편들 그리고 지상파TV까지 나서서 편성위원회 설치에 반발하면서 미방위는 방송법에 발이 묶여 쟁점법안들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채 '식물 미방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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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들이 편성위원회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가 뭐냐?

= 대외적인 이유는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TV조선 오지철 대표는 편성위원회 설치를 법안에 강제하는 걸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가급적 방송의 편성은 방송사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 법에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종편은 유료민간방송이라는 전제를 둬야 한다.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와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그러면서 "TV조선은 강제조항이 없더라도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다"면서 "편성위원회 설치는 권유하거나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종편뿐만 아니라 조중동이 편성위원회 법제화를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걸 보면 오지철 대표의 설명만으로는 쉽게 납득이 안 된다. 다른 속내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방송정책에 정통한 방송전문가들에게 확인해보니 조중동에서는 "경영이나 편성권에 도전하는 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분석한다. 한 방송전문가는 "조중동 최고 경영진 쪽에서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족벌언론 입장에서는 이걸 이념적인 문제로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편성위원회 설치는 큰 문제가 아니고 편성규약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있다"면서 "편성위원회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조중동의 압박에 청와대가 굴복하고 국회가 굴복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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