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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남재준 원장, 컵라면 끓을 시간도 안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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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증거 조작’에 ‘2분짜리 형식적 사과’…질문도 안 받아

“인사만 빡~끝!” “모든 게 부하 직원 탓” 비판 쏟아져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사퇴 없는 ‘2분짜리 사과’로 오히려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누리꾼들은 남 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원장은 15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책임을 통감한다”며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자체 쇄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방공망이 뚫리는 등 한반도 환경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돼 비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위협론을 내세워, 국정원장 경질론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남 원장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2분 만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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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영중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이 늘 뉴스 머리에 등장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태 앞에서 남재준 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자신은 이번 일에 책임이 없다는 의사표현이다. 실망스러운 기자회견”이라고 말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꼬리 자르기와 형식적인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지휘책임이 있는 남 원장은 사과가 아니라 사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의 비판도 거셌다.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PD)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국정원은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질리도록 보여줬다. 남 원장을 물러나게 하고 외부통제로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이 아닌 정권의 정보기관으로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사퇴 없는 자체 개혁은 우스갯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리안은 “당황하지 않고~ 인사만 빡~ 끄읕”이라며 <개그콘서트> 조윤호의 유행어를 패러디해 남 원장의 짤막한 ‘사과’를 비꼬았다. "컵라면 끓을 시간도 안 줬네유"라고 지적하는 트위터도 있었다.

잇딴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남 원장이 건재하고, 국정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을 꼬집는 트위터도 있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북한 매스게임 사진을 올려놓고 “국정원 대국민 사과 한 장 요약”이라고 비꼬았다. 또 @bla*******는 “간첩증거 조작 사건에 국정원이 잘못된 관행이라며 사과 했는데 그럼 이번 한번이 아니라 더 있었다는 것인가? 관행이라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리거나 증거를 조작해 국보법 위반이라 검찰에 넘겼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 원장이 앞서 조작 사건에 대해 ‘전자결재라서 몰랐다’고 발뺌하고, 이번에도 북한의 핵 도발 위협과 무인기 등을 내세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한 것 또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돼 비통한 마음 - 국가기강이 너님 같은 똥별 땜에 흔들려 비통하다”(@iron****), “모든 게 부하들 탓이라니 그저 기가 막힌다”(@ultr****) 등이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남 원장에 대한 유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와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남 원장의 사퇴와 특검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신문광고 시민참여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들은 광고문에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부라면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들이 백 번도 더 물러났을 일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정원 지휘부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이래서야 대한민국이 법과 정의가 바로 선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정유경 송호균 박기용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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