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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북 무인기 불똥튄 RC동호회 “규제 푼다더니 취미생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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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국토부, 무인비행장치 관리 강화

12㎏ 이하 레저용 신고 의무화 추진

동호인들 “장난감을 신고하라니…”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 야산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이 내려보낸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정부가 국내 취미·레저용 소형 무인기까지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리모트 컨트롤(RC) 항공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마당에 엉뚱하게 개인 취미생활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여형규 2차관 주재로 무인기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국내 무인비행기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특정 성능 이상의 무인 항공기에 대해서는 무게에 관계없이 정부에 신고를 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현행 항공법은 무인 항공기(등록제)와 무인 비행장치(신고제)에 대한 등록·신고 절차를 두고 있지만, 무게 12㎏ 이하 무인 비행체(연료 무게 제외)에 대해서는 신고 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현재 무게 12㎏ 이상 무인 비행장치를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6월 또는 벌금 500만원을, 비행계획 승인을 받지 않고 함부로 날리면 최대 20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취미·레저용 무인 항공기 대부분은 무게 12㎏ 이하에 해당한다. 앞으로 고성능 취미·레저용 항공기의 경우에는 국토부 신고 절차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항공회 등 유관기관에 아르시(RC) 항공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관련규정 준수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같은 날 서울·부산지방항공청은 무인 비행장치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모형 항공기 동호인들은 갑작스런 정부 방침 변경 움직임에 당황하고 있다. 한국모형항공협회는 3일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항식 한국모형항공협회 사무국장은 “아르시 비행기가 동호인들에게는 일종의 기호상품인데 그때마다 신고할 수는 없지 않느냐. 무인기 위험에 대해 공감하지만 일률적으로 무인 비행장치를 제재하는 것은 레저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모형항공협회에 가입한 동호인 수는 전국적으로 6000여명 정도다. 모형항공협회는 미가입 동호인을 포함한 아르시 항공기 동호인 규모를 2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모형항공협회에 등록된 아르시 비행기는 1만5000대 가량으로, 동호인들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비행기는 무게 5㎏ 내외, 조종자의 육안에 의해 1㎞ 범위 내에서 통제된다. 김 사무국장은 “정책이 나오기 전에 국토부의 무인 비행장치에 대한 정의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대다수 동호인들이 즐기는 모형비행기는 조정자의 가시거리 내에서 비행을 하기 때문에 크기와 상관없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동호인들의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더니 취미활동까지 규제하느냐”며 황당해 하는 눈치다. 5년 전 부터 아르시 헬리콥터 취미생활을 해온 김성수(43)씨는 “이상하게 우리한테 불똥이 튀었다. 정부에서 법을 바꾼다는 말이 나오고 현실을 잘 모르는 언론보도가 쏟아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풀겠다고 하더니 취미활동을 규제한다고 하면 정말 코미디가 아니냐”고 했다. 다른 아르시 동호인은 “레저활동 하는 사람들을 마치 폭탄 투하하고 불법 촬영하는 사람처럼 기사가 나오더니 결국 정부가 법을 손댈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취미생활을 하는 우리는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10년 넘게 내 취미생활을 지켜본 아내가 갑자기 뉴스를 보더니 위험하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르시 항공기가 항공법 통제를 받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이들도 있다. 동호인 박수민(36)씨는 “동호인들이 갖고 있는 아르시 항공기는 사실상 완구다. 장난감이라는 얘기다. 이를 가지고 항공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2㎏ 미만으로 신고기준을 낮춘다는 데 잘못된 규제로 장난감마저 갖고 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됐다. 포털사이트의 한 아르시 카페에는 “지금껏 별 규제가 없던 아르시 항공기에 대해서도 등록을 해야한다. 북한 때문에 동호인들에게 불이익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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