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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드레스덴 구상’ 후 남북관계 되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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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대남 비난 등 긴장 고조… 사전 교감 없이 불쑥 제안

한·미 훈련 뒤 새 전기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 구상을 밝히고 대북 3대 제안을 내놨지만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박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고 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 간 포격이 벌어졌다. 또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담은 대통령의 제안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역설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남북이 처한 현실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제안은 지난 2월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관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독일에서 ‘베를린 선언’을 내놓을 때 북한과 사전 물밑 접촉을 갖고 발표 하루 전 선언 전문을 북측에 전달하는 형식을 갖췄던 것과 비교된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양보’를 했음에도 남측에서는 ‘복합 농촌 단지’ 등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을 제안한 것도 북한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웠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대북 제안을 하면서 경제난과 굶주림, 탈북자 등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언급한 것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드레스덴 연설이 대북 제안이라기보다 국내 정치용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고,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생 제안을 내놓은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반전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아직 드레스덴 제안을 공식 거부하지는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미훈련이 종료되는 4월 중순 이후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악화는 현재까지 나타난 현상이며 5월부터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3~4월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시기”라며 “드레스덴 제안이 북한으로선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향후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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