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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부러워했던 제주에서의 삶…이제는 13개월째 매월 인구 순유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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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8월까지 매월 마이너스

올 4월 상반기 순유출 규모 넘어서

일시적 현상 아닌 당분간 지속

부동산값·일자리 인구유입 걸림돌

경향신문

제주 함덕 해변을 즐기는 도민과 관광객들.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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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13개월째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4년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순유출 속도가 더 빠르다. 제주살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적은 일자리와 높은 물가, 집값 등 팍팍한 현실이 순유출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제주도와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제주는 매달 인구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만 누적 순유출 인구가 2667명에 이른다. 제주로 전입한 사람보다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사람이 이만큼 더 많다는 의미다.

제주는 2010년부터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유출보다 많은 몇 안되는 지역이었다. 대도시의 고단한 삶보다는 제주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거나 창업을 하고 싶다는 30~40대부터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제주에서 시작하겠다는 50~60대, 제주의 자연 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려는 문화예술인의 이주 등 다양한 이유로 몰려들었다.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연예인의 잇단 제주살이도 제주에 대한 흥미를 끄는 요인이 됐다.

이같은 훈풍에 힘입어 제주로의 인구 순유입 규모는 2015~2017년 3년간 매년 1만4000명대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을 겪으며 제주살이 ‘붐’도 서서히 가라앉았고, 지난해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1687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인구 순유출 속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다. 4월까지 순유출 인구(1857명)가 지난 한 해 순유출 인구(1687명)를 넘어섰다. 20대를 주축으로 제주를 빠져나가는 점 역시 청년 정책에 공을 들이는 제주도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제주살이 열풍이 식고,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현상은 당분간 반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나 비싼 부동산 가격 등 제주를 떠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들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사회조사보고서를 보면 제주 거주 10년 미만인 도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주 후 행복감(69.8%)과 자연환경(87.1%)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자리 및 직업(20.6%), 경제활동과 소득·생활물가(18%)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이들 항목에 대한 불만족은 각각 36.7%, 48.2%로 집계됐다. 주택마련·거주환경(35%), 교육환경(20.8%), 의료·복지환경(22.2%)에 대한 만족도도 다른 항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주살이에 대한 책 <제주, 살아보니 어때> 저자인 홍창욱 공심채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2009년 제주에 이주한 이후 주변에서 제주살이를 하다가 떠난 분, 떠났다가 재이주하는 분 등 여러 사례를 봤다”면서 “제주서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주했으나 일자리 때문에, 또는 막상 살아보니 쉽지 않더라는 이유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제주 이주의 주축을 이룬 30~40대의 경우 코로나를 거치고 경기 마저 불황이다보니 이주를 결심하기에 최근의 여건이 힘든 것 같다”면서 “은퇴자 입장에서는 제주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 상황에서 집값 등이 저렴하고 환경 좋은 다른 지역이 제주의 대체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제주 이주’ 이슈가 많이 소비되었기에 거리감이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사회조사보고서는 “당분간 제주 인구 이동은 순유출로 전환될 것” 이라면서 “이주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인 일자리 등과 관련한 체험형 탐색과정을 지원해 제주 이주 수요를 유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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