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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사설] 헌재, ‘윤 대통령 파면’ 없이 ‘헌법 수호’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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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 경찰 펜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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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까지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선고 기일을 2~3일 전에 예고해왔던 관례대로면 선고가 4월로 넘어가게 된다는 얘기다. ‘헌재의 시간’을 지켜보던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헌재는 이제 ‘헌법 수호’ 기관인지 ‘헌법 파괴’의 공범인지 국민의 준엄한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헌재는 답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은 헌재에 대한 신뢰와 인내심으로 기다려왔다.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 때와 달리 여러 부수적 탄핵 사건들이 있어 이를 먼저 처리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국론 분열 양상이 과거보다 격해진 만큼 국민 통합을 위한 의견 일치에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애써 수긍하며 기다렸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 이후로 헌재 선고를 미뤄야 한다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억지 요구를 헌재가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어도 ‘뭔가 다른 사정이 있겠거니’ 참아왔다.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여태껏 선고 기일조차 잡지 못하는 헌재의 태도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 중 누군가가 탄핵 반대 의견을 고수하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지 않는 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명인지 여러명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제 그 헌법재판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온 국민이 지켜본 12·3 비상계엄이 헌법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는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난입시킨 친위 쿠데타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헌재가 윤 대통령을 복귀시켜 제2의 계엄에 대한 면허증을 발부해도 된다고 보는가. 헌법재판관 두명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탄핵 선고를 미뤄 나라를 전대미문의 무정부 상태로 몰아넣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구렁텅이에 처박고 싶은가.



조속한 ‘대통령 윤석열 파면’ 선고에 반대하는 헌법재판관은 이런 질문에 태연히 ‘그렇다’고 답하는 셈이다. 헌법재판관은 고사하고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서 자격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헌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 능력만 갖췄어도 12·3 내란의 위헌성은 넉넉히 판단할 수 있다. 상식을 갖춘 평범한 시민들도 헌재의 선택이 국가의 운명에 끼칠 중차대한 의미를 인식하고 있다. 수십년 법관을 지낸 유능한 법률가가 이런 판단도 못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헌법재판관의 몽니가 순수한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내란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은 헌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헌법적 사명을 부여받은 직분이다. 헌법을 파괴한 권력자가 탄핵 소추되면 단호히 응징하는 게 헌법재판관의 ‘작위 의무’다. 내란 사태를 조속히 극복하고 헌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다면 헌법재판관이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 헌정 파괴의 공범이라고 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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