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부회장(왼쪽)이 2024년 11월20일 경기 시흥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연구·개발(R&D)캠퍼스에서 공동 수조를 살펴보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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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보유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전격 증여하며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9부 능선을 넘었다. 그룹 내 방산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가 총수일가 승계와 관련 있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주주들 돈으로 김 회장의 자식 승계 부담을 덜어준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화는 31일 김 회장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 22.65%(이하 보통주 기준)의 절반인 11.32%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3명에게 증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4.86%,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3.23%씩을 각각 물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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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뒤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 20.51%로 올라간다. 여기에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22.16%) 지분을 더하면 이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로 확대된다. 김 부회장 등 삼형제는 사실상 사업별로 나눠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전반과 에너지·방산 부문을, 둘째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부문을 맡고 있다. 앞으로 삼형제를 중심으로 한 사업 분할 등의 후속 작업이 이어질 공산이 있는 셈이다.
㈜한화 쪽은 이날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과 오해를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조6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한화에어로가 김 회장의 세 아들 회사 보유 주식을 고가에 사주며 ‘승계용 실탄’을 마련해주고 뒤늦게 주주들에게 손 벌린다는 시장의 논란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직전인 지난 2월10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 등이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현금 1조3천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꼼수 승계’ 논란은 여전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화에어로가 가족기업인 한화에너지의 보유 지분을 산 이후에 사상 최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승계를 위한 게 아니냐는 건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한화가 일찌감치 승계 계획을 세워놓고 유증을 한 거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회장의 ㈜한화 주식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이 내야 하는 증여세는 2218억원(3월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 규모다. 현재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사실상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완료하면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하다. 한화 총수일가 입장에선 세금 납부 부담을 덜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증여를 완료하는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 한화에어로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상태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의 증자 전후 과정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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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의 지분 증여 계획 발표에 금감원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지분 증여 계획이 갑자기 발표된 만큼 그 의미를 곧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증여 계획과 한화에어로 유증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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