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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일본서도 인기 폭발 ‘폭싹 속았수다’…제목은 ‘오쓰카레 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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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일본에선 한국드라마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2003년 일본에서 소개돼 ‘원조 한류 드라마’ 붐을 불렀던 ‘겨울소나타’(한국은 2002년 방영) 때랑 견줘보면, 한국드라마의 인기 폭과 깊이가 오히려 계속 확대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른바 ‘국뽕’은 질색인데, 주변에 “한국 드라마만 본다”는 사람들도 자주 볼수 있습니다.



인기 비결이 뭘까요? 지난 14일 아사히신문이 사회학자 3명에게 ‘한국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있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이들이 드라마 하나씩을 꼽아서 낸 의견을 소개해보자면 이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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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타 유키에 일본여자대학 교수(인간사회학)는 ‘사랑의 불시착’을 꼽았습니다. “작품은 한국의 재벌가 여성이 북한에 ‘불시착’한다는 전개로 시작되는데, 역사·정치적 사정으로 실제 갈 수 없는 장소와 접점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희망과 이상을 그리면서, 어려움이 있어도 구출될 수 있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바로 픽션의 힘이죠.”



야마나카 지에 교토산업대 교수(현대사회학)는 제 최애 드라마이기도 한 ‘비밀의 숲’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국에서 실제 일어난 범죄가 드라마 속에서 암시되면서, 이런 것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재벌과 유착이나 검찰의 어두운 면이 나오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검사와 경찰들이 담담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게 옳은 일이냐'는 걸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구나, 그렇게 되고 싶은 거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돼요. 몰입도 높은 캐스팅도 좋습니다.”



모리 도모오미 세쓰난대 교수(국제학부)는 ‘너도 인간이니’를 골랐습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교류를 그린 드라마인데,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배신이나 상대가 싫어하는 일도 하면서 안드로이드보다 더 차갑고 잔인한 면이 있다는 걸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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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그만큼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드라마들이 모두 번역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 재밌는 제목들이 눈길을 끌어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원작 제목이 한자나 영어, 이름같은 고유명사로 쓰인 것들은 비교적 그대로 옮긴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하이라키’, ‘닥터 차정숙’(‘의사 차정숙’으로 번역), ‘마이 데몬’, ‘무인도의 디바’, ‘나의 해방일지’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배우 전도연, 정경호 주연의 ‘일타 스캔들’은 ‘일타’라는 말을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는지 ‘이루타(일타) 스캰다루(스캔들)’라는 ‘거침없는 한본어’(한국말 같은 일본어)를 활용했습니다.



원제목을 일본풍에 어울리게 조금만 가공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본 제목이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과’로 바뀐 게 이런 경우입니다. 배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이 출연했던 ‘서른, 아홉’은 아주 편안하게 ‘39세’로 제목이 달라졌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오징어만 일본어로 바꾼 ‘이카(오징어) 게이무(게임)’, ‘소년재판’은 ‘미성년재판’, ‘지옥’은 ‘지옥이 부르고 있다’는 이름으로 약간 변화를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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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목만으로는 원래 드라마를 아예 알기 어려운 것들도 있는데요. ‘내일도 당신에게 태양을: 정신과 간호사 다이어리’는 어떤 한국드라마일까요? 이건 배우 박보영 주연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일본 제목입니다. 최근 오티티(OTT)를 통해 한·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폭싹 속았수다’는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요? 저는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주인공 애순(아이유)이 관식(박보검)의 거짓부렁에 속아 넘어가서 연애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뜻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주 사투리를 그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테니, 일본판 제목은 뜻을 그대로 살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일본말 ‘오쓰카레 사마’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드라마는 아니지만 영화 가운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제목은 ‘부산행’입니다. 영화는 부산으로 가는 케이티엑스(KTX) 열차 안에서 미확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인데요. 일본에선 ‘신칸센’이란 이름으로 상영이 됐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일본 신칸센은 한국의 케이티엑스에 해당하는 고속열차인데요. 일본 발음 ‘신칸센’이 새로운 감염병이란 뜻의 ‘신감염'(新感染)과 똑같은 점을 이용해 바이러스 감염과 고속열차라는 뜻을 동시에 지닌 절묘한 이름을 지은 경우입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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