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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받은 의원들 “형평성 어긋난 판결… 선거 때 허위사실 공표 경쟁 벌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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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

일반 상식과 맞지 않는 판결 내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과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의원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결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두환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 때 “건설교통부에 울산~언양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약속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 사실이라 볼 수는 없다”면서도 윤 전 의원이 홍보물, 토론회 등에서 통행료 면제를 기재하거나 언급한 점은 허위 사실 공표라고 봤다.

이와 관련, 윤 전 의원은 “안 그래도 이 대표 판결 나오고 여러 곳에서 이상하지 않으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협박을 받았다고 발언한 이 대표가 무죄인데, 건교부에서 구두로 통행료 폐지를 약속받았다고 한 윤 전 의원은 왜 유죄냐는 의문이었다. 윤 전 의원은 “내 사건에서 법원은 검찰 구형 그대로 1·2·3심에서 유죄 판결했다”며 “이 대표 항소심 판결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은 “너무 지나치게 이 대표를 봐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일반 상식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설 전 의원은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다. 설 전 의원은 “(허위 사실 공표죄는) 재판장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 같다”며 “(당시나 지금이나) 공정하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A 전 의원은 해외 대학에서 연수한 기간을 기재하지 않은 것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파기환송심까지 간 끝에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했다. A 전 의원은 “법원이 허위 사실 공표를 굉장히 엄격하게 보는 건 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인데, 이 대표 항소심 판결대로라면 앞으로는 선거 때 허위 사실 공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B 전 의원은 과거 경력 기재를 잘못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다. B 전 의원은 “법원이 이 대표 항소심 판결에선 ‘의견 표명’ ‘압축 표현’ 등과 같은 생소한 표현을 쓰며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내가 재판받을 때보다 엄격하게 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확실히 이상하다. 재판부가 정치에 휩쓸려서 재판 외적인 요소를 너무 고려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S 고교를 졸업한 사실이 없는데도 졸업했다고 기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가 2·3심에서 S 고교를 졸업한 게 인정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의원은 “나는 졸업을 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 그나마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이 대표 사건에선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BBK 의혹을 제기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2011년에 징역 1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법원은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이른바 사또 재판을 해왔다”면서 “이 대표 항소심 판례가 정착되면 검찰·법원의 고무줄 잣대가 사라질 것이다. 무척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자기가 당선되거나 타인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범죄. 선거법 제250조에선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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