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국민의힘의 대권 잠룡 중의 하나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며칠 전 자신의 SNS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극히 위험한 사람입니다'
왜 위험하다고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이재명 망언집'을 살펴 보니 "절대 안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망언집’ 아니라 '명언집'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안 의원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그가 꿈꾸는 국가의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인데 "이재명 대표가 던진 말들과 외친 주장들은 때로는 '개혁', 때로는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20대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 2월 23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울산 중앙전통시장을 찾아 유세에서 이런 말을 했다.
또 그럴 겁니다.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열 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습니다. 이번에 또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상대방 떨어뜨리려고 자격 없는 사람 뽑으면 우리나라 망가집니다"
2024년 12월 3일에 안철수 후보의 예언(?)은 적중하게 되는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대외신인도와 대한민국의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급 추락하게 된다.
앞서 "자격 없는 사람 뽑으면 우리나라 망가진다"고 하는 발언을 한 후, 안철수 후보는 사흘 후에 전격적으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했고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
이랬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19일 '조기대선'이 열리면 당내 경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를 한 것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그때는) 더 나은 선택이겠다고 생각했다"고 변명했다.
한 순간의 "문제있는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이 말한 '무능한 후보'에게 단일화를 통해 대선후보 자격을 양보했고 결국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2년 7개월 만에 나라는 '거덜나기'일보 직전인 것이다.
지금은 내란수괴 피의자 신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12.3비상계엄 선포 직전이던 지난해 11월 22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서 이런 말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은 국민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국가 발전에 동참토록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함"이라며 "사회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빨리 완주해야 한다. 연말까지 핵심 과제를 마무리하고 최종 목표인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을 임기 내에 이룰 것이다. 교육개혁은 꼼꼼하게 추진해 유보통합과 늘봄학교를 안착시키고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 노동개혁 속도를 높여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노동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것이다.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민생과 직결된 연금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조개혁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말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열흘 후 쯤 '12.3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이유로는 반국가세력인 '야당의 패악질'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대국민호소용'였다고 밝혔다.
2시간 짜리 계엄으로 달라진 게 없다던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함께 발표된 '포고령 1호'는 섬뜩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물론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선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잘못 베꼈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장난같은 계엄''국민계몽령'이라고 둘러 붙이기도 했다.
보수논객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계엄 같은 엄청난 사건을 당하고, 당이 스스로 입장을 표명하는 A4 용지 입장문 한 장 쓸 수 없을 정도로 논리가 없다면, 국민의힘은 집단이 아닌 패거리로,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국민의힘을 질타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목숨 걸 용기도 없고 하야 할 용기도 없으면 계엄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장병놀이는 실패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특히 '경고성' 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강변에 대해서도 "세상에 경고성 계엄이 어디 (있나)..."라며 "이 사람이 특수부 검사를 오래 하다 보니까 국민을 피의자로 보고 세상을 만만하게 본 것 같다"고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뜸금없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윤 대통령은 "2차 계엄 시도나 국회의원 체포, 국회의 계엄 해제 저지 시도가 없었다"고 극구 변명했지만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 "국회의원부터 잡으라고 했는데"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하면서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며 재계엄 의사까지 밝힌 정황이 군 관계자들의 진술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누가 더 위험한 인물일까?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윤석열이 있어야 할 곳은 용산이 아닌 감옥으로, 헌재가 파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또다시 계엄을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최종 변론을 마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앞으로 수시로 계엄령을 하라는 '면허증'을 주는 것"이라며 "그러면 공화국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야당에서도 "윤석열의 복귀는 '계엄 면허증'을 주는 것과 같은 민주공화국의 자살"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안철수 의원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극히 위험한 사람"일까?
이재명은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를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매우 근소한 표차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낙선 한 후 현재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다.
그는 최근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고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임은 물론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직격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대법원에서 '파기자판'을 해야 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3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당 대표까지 체포하겠다고 한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각하'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이재명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파기자판'해야 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했다. 구체적 이유는 없이 "밉다기보다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했다.
또 "요즘은 꾹 참고 계시지만, 본성이 툭툭 튀어 나온다"면서 "'권력은 잔인하게 쓰는 것'이라는 말씀도 하시지 않았나.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가 드러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나쁜 사람이어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걸림돌이라 반대하는 것"이라고 안철수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한 전 대표는 또 "이 대표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된다"면서 "자기가 문제가 되는 법은 다 없애고 계엄을 할 것이다. 한계가 없이 뭐든 할 것"이라고 까지 궁예의 '관심법'같은 예언(?)을 했다.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이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인 2021년 8월 2일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 4천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4일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는 영상 증거가 있는데도 무혐의 처리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검증하는 '윤석열-김건희 100대 비리 국민특별검증단'을 출범시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에서 자행된 김건희와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100가지가 넘지만,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에 민주당이 '국민특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최광희씨는 이틀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중략) 정치 검찰을 앞세워 온갖 수작을 다 부려도 끄떡 없이 부활하니 이재명을 부관참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일 터이지만, 국힘의 발악은 이재명이 그만큼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는 방증이다. 국힘이 그를 미워하는 만큼 이재명에 대한 신뢰가 커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건 플래카드에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내전선동 이재명 퇴출"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란수괴를 끌어내려는 노력에 '내전'의 프레임을 덧씌워야 하는 국힘이 차라리 처량해 보인다"고 말했다.
'내란수괴'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다.
'내전선동'은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공격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갖다 붙인 표현이다.
과연 '안철수-윤석열-한동훈-이재명' 이 넷 중에 누가 더 위험한 인물일까? 헌법재판소는 곧 이 넷 중 윤석열에 대한 선고를 하게 될 것이고 윤석열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또 다음 대선에서 누가 더 위험한 인물인지를 놓고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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