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구역에 있는 대전사가 26일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삼층석탑을 천으로 둘러쌌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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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영남지역을 휩쓰는 산불에 주왕산국립공원에 이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도 화마를 입었다. 산에 있는 주요 사찰 문화재들도 서둘러 피난길에 올랐다.
경남 산청군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는 26일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선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길이 국립공원 안으로 정확히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도 “오후 들어서 지리산 쪽으로 부는 바람이 거세지고 헬기 지원도 받지 못해, 경계선 부근에서 잔불 정리 등을 하던 직원 30여명을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지난 25일 밤부터 산불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인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진화대를 투입했고,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도 투입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54분께 경북 의성에서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 발생 직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헬기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산청군은 이날 오후 지리산에 근접한 시천면 중산리와 삼장면 대포·황점·내원·다간마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리산국립공원으로 산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고지대에는 강한 바람 때문에 작은 헬기가 접근하기 어렵고, 하동 쪽 주거지 보호가 더 급하며, 경북 지역 피해가 커서 소방장비를 산청 쪽에 더 많이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낙엽층이 두꺼워서 물을 계속 뿌려도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25일 저녁 6시20분께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도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졌다. 주왕산국립공원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사찰인 대전사에서는 소방대원이 투입돼 사찰 주변 나무를 베어내고 물을 뿌리는 등 코앞으로 다가온 산불에 대비했다. 대전사는 불길이 1㎞ 앞까지 접근하자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 등 문화재 6점을 옮기고, 승려 3명도 대피시켰다. 대전사 관계자는 “산불이 계속 번져서 움직일 수 있는 사찰 내 문화재는 모두 옮겼다. 사찰에는 물을 뿌리고 탑이랑 종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천을 둘렀는데 산불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오전 9시까지 국가지정보물 10건(651점), 시도유형문화유산 5건(17점) 등 주요 사찰이 소장한 유물 15건을 옮겼다”고 밝혔다.
경북 의성 고운사의 보물 석조여래좌상은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옮겼다가, 다시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 영주 부석사의 보물 고려목판, 오불회 괘불탱 등은 인근 소수박물관으로 옮겼다. 안동 봉정사도 보물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겼다. 안동 선찰사의 보물 목조석가여래좌상과 복장유물은 길안초등학교에 임시 보관했다. 영덕 장륙사의 보물 건칠관음보살좌상,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는 영해면사무소로 이송했다.
산불이 주왕산국립공원에 이어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지자, 환경당국은 사전에 주왕산(11개)과 지리산 경남 쪽(26개) 탐방로 전 구간을 통제하는 등 피해 확산 저지에 나섰다.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산불 영향권에 든 주왕산국립공원에서는 탐방지원센터를 포함해 공원 시설물 3동이 불에 타는 등 1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영양군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증식·복원·연구 등을 수행하는 250만㎡ 규모의 국립생태원 산하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있다. 전날인 25일 산불 피해가 우려되자 국립생태원은 포유류 1종 3개체, 조류 3종 19개체 등 동식물 총 28종 4907개체를 산불 진행과 다른 방향으로 나눠서 옮겼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포유류인 고라니는 자연 방사했고, 먹황새나 참수리 등 조류들은 충남 서천 본원으로, 여울마자 등 어류 5종은 경북 울진 민물고기연구센터로, 금자란 등 식물들은 지하 창고로 이동시켰으며, 현재까지 피해는 없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최상원 윤연정 노형석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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