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사옥 모니터에 표시된 우리나라의 국채 수익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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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애널리스트가 기준금리의 향방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건 시장금리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사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가계, 기업 등 입장에서 볼 때 실존하지 않는 ‘가상금리’ 성격에 가깝다. 시장금리나 대출금리가 어떻게 될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준금리 움직임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가 가진 시장금리에 대한 설명력이 약화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만큼 시장금리가 잘 떨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대체로 설명력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유로존 등에서는 ‘기준금리 전망=시장금리 예측’이란 등식이 무너질 조짐을 보인다. 기준금리에 대한 정확한 전망이 실생활과 직결되는 시장금리 예측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준금리가 가진 시장금리에 대한 설명력은 왜 이렇게 약화됐을까?
앞서 기준금리가 가지는 시장금리에 대한 예측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언급한 국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부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대체로 100%를 웃돈다. 예컨대 독일은 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함께 유로화로 채권이 발행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면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국채에 먼저 그 변화가 반영된다. 국채는 흔히 무위험자산으로 불리며 신용위험이 없는 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신용위험의 정도에 따라 국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회사채, 가계대출금리 등 실생활에 쓰이는 금리가 정해진다.
이러한 실생활 금리의 움직임에서 기준금리 변화가 국채에 전달되는 경로는 매우 중요한데, 앞서 언급된 국가들의 경우 높은 정부부채 비율로 금리 인하 효과가 중간에 크게 반감된다. 당연히 국채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실생활 금리들 역시 인하의 ‘약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상당수 국가는 정부의 재정 투입을 늘렸다. 그 결과 국채 발행도 늘었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난 국채 발행 잔액은 이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때 기대할 수 있는 하락 효과를 감소시키는 거대한 장애물이 됐다. 뚱뚱해진 정부부채가 기준금리의 파급 경로를 제한하는 ‘돈맥경화’의 주범이 된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정부부채 비율 덕택에 인하의 효과가 지금까지는 시장금리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채 증가의 속도가 가팔라 적잖은 경계가 필요한 국면이 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채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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