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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공실 투성인데…” 지식산업센터 더 짓겠다는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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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지식산업센터 ③]

공급조절 컨트롤타워 절실

입주해야 할 창업기업 매년 감소

완공된 센터도 못 채울판인데

지자체, 성과 욕심에 설립 남발

[이데일리 박지애 최정희 기자] 경기도 평택, 고양 등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첨단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지자체의 성과를 돋보이려고 지식산업센터를 추가로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자체는 설립 승인만 할뿐 분양 계약 등은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과 공급 조절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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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 수요 없는 투자 쏠림에 공실 투성인데 “더 짓겠다”

25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672건, 거래금액은 2569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5년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특히 고금리 발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국면에 진입한 2022년 4분기(763건, 2937억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업체 알스퀘어가 발간한 2024년 오피스·지식산업센터 매매지표 리포트에도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3% 전후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다 부동산 호황기인 2020년~2022년 상반기까지 연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으며 우후죽순으로 분양을 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작년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되며 공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작년 4분기에는 매매지수가 고점 대비 25%나 급락했다.

지식산업센터가 주택, 오피스텔 등 유독 다른 부동산 투자상품들에 비해 더 높은 공실률을 보이며 빠르게 폭삭 주저앉은 이유는 부동산 호황시절 임차수요를 기반으로 공급이 늘어난 것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를 기반으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들이 공실인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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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강민 알스퀘어 센터장은 “2020~2021년 저금리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 주택 규제로 대출이 막히자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지식산업센터로 옮겨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며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가 악화하면서 지식산업센터는 다른 부동산 대비 더 빠르게 한파가 불어닥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지자체들은 지식산업센터를 더 지어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단 계획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등에 저렴한 임대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전략산업 육성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지식산업센터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고양시 외에도 경상북도는 최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안동시와 예천군에 5년간 454억원을 투자해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사업체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입주에 주를 이루는 업종인 창업 기업 수는 2020년 148만 4600여개에서 2021년 141만 7900여개, 2022년 131만 7400여개, 2023년 123만 8600여개로 매해 감소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을 메울 입주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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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부재 “손 쓸 방법 없어”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지자체들이 지식산업센터를 짓겠다고 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크게 산단 안에 위치한 곳과 밖에 위치한 곳으로 나뉘는데, 산단 내 지식산업센터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직접 승인하고 분양 계약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산단 밖 지식산업센터는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 등 지자체장의 승인하에 설립되고 있지만 분양 계약 등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기 붐이 한창일 때는 지식산업센터 시행사가 개인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게 해 분양받게 할 정도로 관리 체계가 없었다. 과도한 투기는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투기 수요가 꺼지면서 과잉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흉물처럼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을 억제하고 공실을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자체에 설립 승인 권한이 있는 것을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고 싶은 기업들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급 과잉을 억제할 장치가 제한적이다.

공실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기존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종에서 작년 2월 통신판매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확대했다. 공실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지만 첨단산업이나 지식기반 업종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려는 지식산업센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산업센터가 일반 사무실 건물과 비슷해진다면 지식산업센터 입주 기업에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제혜택을 줄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

일각에선 원천적으로 아파트형 공장 방식의 지식산업센터 구조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처럼) 소유주가 다 다르기 때문에 건물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동대문 분양형 쇼핑몰 형태도 잘 안 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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