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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미국 제품 보이콧 “내 돈 트럼프 경제에 쓰이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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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한 수퍼마켓에서 과자 가격을 안내할 때 유럽산 제품 여부를 표기하는 별표가 붙이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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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이상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사지 않을 거예요. 오레오도 마찬가지고요.”



아일랜드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29살 교사 모야 오설리반은 최근 자신의 서랍장을 들여다본 뒤 문제를 발견했다. 크림치즈, 치약, 칫솔, 위스키, 탄산음료 모두 미국 제품이었다. 오설리반은 이들은 모두 버렸다. 미국산 구강제품 오랄비와 리스테린이 그의 욕실 서랍장에서 교체됐으며 미국산 위스키 잭 다니엘, 코카콜라도 냉장고에서 버려졌다.



최근 미국이 관세를 대폭 올리며 유럽과 무역 전쟁에 나서자 유럽인들이 미국 상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 25일 미 시엔엔(CNN)에 따르면, 덴마크 최대 유통업체 살링(Salling) 그룹은 이달 초 슈퍼마켓 가격 안내문에 유럽산 제품 여부를 표시하는 검정 별모양 스티커를 도입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자국 영토에 병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덴마크에서는 미국산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상태다. 살링 그룹 최고 경영자는 링크드인에 “최근 유럽 브랜드의 식료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우리 매장은 전 세계 브랜드를 진열할 것이지만 선택은 늘 고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스웨덴의 소비자 단체는 약 8만1천명의 회원을 모집했으며, 덴마크의 소비자 단체는 9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소비자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매번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이 미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질문하고 유럽산 대체품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영국에 사는 33살 우체부 블랙리지도 불매운동에 동참 중이다. 더 비싸더라도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대신 영국에서 생산된 크림치즈를 선택한다. 마요네즈 마니아라는 그는 미국산 헬만즈 마요네즈를 구매하는 대신 직접 만들어먹기 시작했다. 그는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 마시곤 했는데 이제는 안 마신다”면서 미국산 시에라 네바다 맥주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혼자만의 운동이 아니라며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오설리반과 블랙리지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자신들의 분노를 공유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이 주장을 펼칠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은 온라인에서 뜨겁게 번지며 더이상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쇼핑하지 않는 유럽인들이 늘고 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유럽에서 불매 운동은 비단 미국산만이 아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제품과 이스라엘 제품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불매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소비자 운동이 실제 해당 국가에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고 시엔엔은 설명했다. 자동차 분석회사 자토(JATO)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 뒤 유럽에서 테슬라 자동차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유럽 전역에서 9913대가 팔렸는데, 한 해 전 같은 달 1만8121대가 팔린 것과 비교해 절반만 팔렸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 운동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오설리반은 “미국 경제에 아무런 영향이 없더라도 내 돈이 트럼프의 경제를 지원하는데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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