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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팬인척 ‘셀프 홍보’한 카카오엔터에 3억 9000만원 과징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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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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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콘텐츠를 올리는 페이스북 계정 ‘노래는 듣고 다니냐’는 “우연히 듣고 빠져버린 아티스트”, “오늘 알고리즘에 뜬 노래”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대중음악을 추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알고보니 해당 계정은 카카오엔터 측이 자사 음원 홍보를 목적으로 오래 전에 인수한 것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이처럼 가요팬을 가장한 ‘셀프 바이럴(입소문)’ 글을 수천 개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카카오엔터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디지털 음원 유통시장의 1위 사업자로, 자사가 유통하는 음원의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손에 넣게 된다.

문제가 된 건 카카오엔터가 가요팬인 척 자사 음원 홍보글을 올린 행위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 측은 유튜브·인스타 등 주요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의 인기 음악 채널을 인수하거나 개설했다. 그런 뒤에 카카오엔터 채널임을 숨기고 자사 음원 홍보에 이용했다. 순수한 추천글인 것처럼 꾸며 광고글을 올린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15개 SNS 채널에서 2353건의 바이럴 마케팅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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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는 또 ‘더쿠’, ‘뽐뿌’ 등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원·음반 광고글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추천해주고 싶은 영상’, ‘진짜 노래 잘 뽑은 듯한 신곡’ 등의 제목으로 직원들에게 게시물을 올리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카카오엔터 측은 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광고대행사를 써서 SNS 광고를 할 때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뒷광고’를 했다. 2016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카카오엔터는 35개 광고대행사에 8억6000만 원을 써서 427건의 SNS 광고를 했다. 이중 광고 사실을 명확히 밝힌 광고글은 없었다.

카카오엔터가 이처럼 상업적 광고에 활용해온 SNS 채널 팔로워 수는 411만 명,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자 수도 최대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라고 봤다. 소비자들은 카카오엔터의 광고글을 일반인이 작성한 진솔한 추천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엔터가 자신들의 행위가 부당한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법률 검토 결과를 받아보고도 이 같은 행위를 지속한 점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며 앞으로도 법규를 준수하고 공정한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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