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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목 지름 1㎝에 불과한 정교한 옻칠 제기…금관가야 왕성 터에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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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이 긴 옻칠 굽다리 접시’.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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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봉황동 금관가야 왕성 터에서 목 부분 지름이 1㎝에 불과할 정도로 정교한 최고급 의례용 옻칠 제기가 발굴됐다. 경남 함안군 가야리의 아라가야 왕성 터에서는 지름이 10m인 집수지(集水地·물을 모은 곳)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2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김해 봉황동 유적 10차 발굴조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김해 봉황동 유적은 금관가야의 왕성과 왕릉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대규모 취락 주변 배수로나 도랑으로 추정되는 약 109㎡ 규모의 구상유구(溝狀遺構·도랑 형태의 유구)에 유기물이 약 70㎝ 쌓여 있었는데, 이곳에서 1~4세기에 제작·사용된 목제품이 지난해 하반기 300여점 출토됐다.

경남 김해시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목이 긴 옻칠 굽다리 접시’ 15점의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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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옻칠 제기인 ‘목이 긴 옻칠 굽다리 접시’는 총 15점 출토됐다. 금관가야 성립 전인 1세기쯤 만들어져 의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난 1점은 높이 25.7㎝, 바닥 지름 10.4㎝, 목 부분 지름 1㎝로 길고 얇은 목 부분이 접시 모양 상부를 받치고 있는 형태다. 기존에 출토된 유사 형태의 접시는 목 부분 지름이 3~4㎝이거나, 목 부분과 아래 위 접시 부분을 따로 제작한 뒤 접합한 경우가 많았다. 목 부분 지름이 1㎝ 수준인 굽다리 접시 중 형태가 온전한 것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일본에서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릇의 바닥에는 녹로(물레)를 고정한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들이 남아 있다. 그릇을 만들 때 물레를 돌려가며 작업하는 ‘회전 깎기’ 기술이 1세기부터 시절부터 존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릇은 오리나무에 옻칠을 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현대에 만든 제기와 제작 방식이 같다.

경남 김해시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항아리 모양 목제품.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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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발굴된 유물 중에는 항아리 높이 17.2㎝, 몸통지름이 15.3㎝인 항아리 모양 목제품도 있다. 이는 1세기 삼한시대 의례에 쓰인 항아리와 비슷하게 만든 것인데, 항아리와 닮은 목제품이 출토된 것도 처음이다. 연구소는 “왕족의 무덤이 아닌 생활유적에서 목제품이 대거 발굴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봉황동에 1세기부터 독자적인 대규모 생활유적이 형성됐으며, 점차 성장해 금관가야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24일 경남 함안군 가야리 유적에서 집수지 유적을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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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이날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 집수지의 모습도 공개했다. 아라가야의 왕성 터로 추정되는 가야리 유적에서 집수지를 포함한 특수목적 건물 터가 2018년 12월 확인된 바는 있으나 집수지는 이달 초에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가야 유적 중 집수지의 형태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수지는 식수나 빗물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장소다. 이번에 발굴된 것은 지름 10m의 원통형 모양으로, 깊이는 2m까지 드러났으나 향후 발굴 결과에 따라 더 깊어질 수 있다. 집수지에는 통상 진흙 등 유기물이 쌓여있다. 이번에 출토된 봉황동 유적처럼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유물들이 향후 출토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보고 있다.

연구소는 이날 함안에 조성한 ‘영남권역 예담고’도 문을 열었다. 예담고는 국가로 귀속되지 않은 유물을 저장하는 장소로, 대전, 전북 전주, 전남 목포에 이어 함안에 네번째로 만든 것이다.

창원·함안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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