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한 가운데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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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약 31조원에 이르는 ‘통 큰’ 대미 투자를 두고 국내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향후 이 ‘승부수’로 위기를 돌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그만큼 국내 생산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과 영세 부품업체엔 큰 충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제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31조원대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이 수십만대 축소되고 일자리도 그만큼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초 30만대 규모였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이 50만대 생산이 가능하도록 증설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앨라배마 공장(36만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까지 합하면 현대차는 앞으로 미국 내에서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전문가마다 추정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생산 타격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HMGMA 생산량이 50만대로 늘면 멕시코 물량(17만대)을 한국에서 흡수해도 산술적으로 국내 생산물량이 33만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33만대면 현대차 아산공장만큼의 규모다. 직원 4000명 그리고 부품업계 종사자까지 합하면 2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신규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한국지엠이 대미 수출 물량을 대폭 조정할 경우 70만~90만대의 국내 생산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이미 물량 감소가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싼을 만들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노조 관계자는 “제가 소속된 공장에서만 올해 생산예정 물량이 지난해 대비 2만대 줄었다”면서 “사측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이 없지만 HMGMA에서 투싼 하이브리드를 소화하려는 계획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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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여도’ 1위 국가다. 2023년 한국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일자리는 2만360개다. 리쇼어링(미국 기업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나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새로 생겨난 일자리의 14%에 달한다.
다만 현대제철은 국내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미국 (신규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자동차용으로 인천공장의 생산 제품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오로지 자동차 실적에만 눈이 멀어 미국에만 돈을 쏟아붓고 노후화된 현대제철 공장 투자엔 관심이 없다”면서 “당장은 국내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돌릴 일은 없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노동자 입장에서 씁쓸한 처사”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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