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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 절실한 티빙, 계정 공유 제한해 야구 시즌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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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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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흑자전환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티빙이 오는 4월 2일부터 계정 공유를 제한한다. 수익성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TV로 시청하지 않는 구독자들은 이번 계정 공유 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실질적인 구독자 증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티빙은 지난 22일 '티빙 계정 공유 정책 시행 안내' 메일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내달 2일부터 티빙 계정을 회원 본인만 이용 가능하다고 알렸다. 본인 시청 여부는 기준기기 IP를 통해 판별한다. 기준기기는 회원 가구에서 본인 계정으로 티빙을 시청하는 주 기기를 뜻한다.

단, TV를 통해 시청하지 않는 경우 기준기기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즉 이번 계정 공유 정책은 티빙을 TV로 시청하는 구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이 경우 IP가 다른 곳에서 시청할 경우 본인 인증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이를 인증하지 못할 경우 시청이 제한될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TV를 통해 티빙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금번 계정 공유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공정한 이용 환경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계정 공유 정책을 강화해 고객 여러분께 더 나은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명 중 1명 계정 공유...비용 부담 가중 우려

티빙의 정책에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KBO 리그 중계 효과를 등에 업고 지난해 최초로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800만명을 돌파했던 티빙이, 야구 팬들의 기대치가 가장 높아지는 개막전 시기에 맞춰 구독자들의 편익이 감소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했다는 점이 비판 포인트다. 정책 시행 10여일 전에 안내했다는 점도 빈축을 사고 있다. 계정 공유 제한이 디바이스와 무관하게 전방위적으로 시행된다는 오해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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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자들 상당수가 계정 공유를 통해 그동안 구독료를 분담해온 만큼 실질적인 요금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콘텐츠 이용행태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료 OTT 이용자 2명 중 1명 이상(57%)이 계정을 공유해 OTT를 이용했다.

티빙은 전체 요금제 유형 중 '베이직'을 제외한 광고형 스탠다드 스탠다드 프리미엄에서 최대 2인 또는 4인이 동시 시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 중이다. 이에 따라 그간 계정 공유 이용자들은 월 4000원대에 가장 상위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구독자 이탈 미미할 듯...넷플릭스 선례 따를까

시장의 반발에도 티빙의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구독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정책 대상을 TV 구독자층으로 한정한 데다, 지난해 유료 OTT 이용자 중 계정 공유 비중은 전년 대비 12.6%p 감소했음에도 전체 OTT 이용률은 2.8%p 증가한 89.3%로 같은 기간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계정 공유 여부에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사진=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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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의 스포츠 중계 전략도 효과를 보고 있다. 유료 OTT 이용자 중 스포츠 특화 전략을 취하는 티빙·쿠팡플레이·스포티비 나우 구독자의 21.5%는 스포츠를 위해 OTT를 구독한다고 답했다. 티빙 이용률도 지난해 17.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티빙의 영업이익률은 -44%에서 -16%로 개선되며 적자폭이 절반 정도 줄었다.

기존 계정 공유 구독자들이 플랫폼 이탈 대신 비교적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AVOD)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각각 5500원에 제공되고 있는 이 요금제의 지난해 이용자 85.2%는 콘진원 조사에서 요금제 유지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시행 초기 시장의 우려와 달리 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선도 기업인 넷플릭스의 사례도 참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6월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공지한 넷플릭스는 당해 4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구독자 증가세와 호실적을 달성했는데, 이를 두고 외신에선 계정 공유 제한 효과를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광고형 요금제를 통한 신규 구독자 유치도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전환 연내 달성 목표...D2C 성장 필요성↑

티빙의 이번 정책은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위한 단계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CJ ENM은 지난달 연간 실적발표를 통해 D2C(소비자 직접판매) 가입자 성장을 통한 티빙의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티빙의 안드로이드·iOS 통합 MAU는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 한 달 사이 54만명 이상(7.4%) 감소하며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CJ ENM 2025년 3월 IR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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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은 현재 네이버, 통신사(KT, LG)와의 제휴를 통해 간접판매 방식에 해당하는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D2C 성장을 위해서는 티빙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직접판매 방식을 늘릴 필요가 있다. 계정 공유 제한 정책 경과에 따른 추가적인 전략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도 계정 공유 제한 정책과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추진한 뒤 베이직 요금제를 폐지하거나, 비 가구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정책을 점검한 바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해 11월 CJ ENM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가 전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를 제한한 이후 가입자가 15~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티빙의 계정 공유 제한 정책 시행을 암시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계정 공유 제한을 확대 적용하고 웨이브와 합병 전 결합상품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 중"이라며 또 한 번 구독자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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