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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자유 찾은 송골매의 '핑크빛 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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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태종대 전망대 절벽에 송골매 한 쌍이 둥지를 트고 있다. 다부진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햇빛을 받아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날개를 가진 송골매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만 한다. 부산=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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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부산 태종대 전망대. 지난 주말 그곳에서 하늘을 가르는 날렵한 실루엣을 목격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323호이자 멸종위기종인 송골매 한 쌍이다. 산란철을 맞은 송골매 부부는 2세 준비를 위해 분주히 먹이를 찾아 나섰고, 때로는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하며 번식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시기엔 전국에서 많은 탐조객들이 '험준한 절벽에 둥지를 틀고 하늘을 누비는 송골매'를 관찰하기 위해 태종대를 찾는다.

다부진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햇빛을 받아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날개를 가진 송골매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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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는 맷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날렵한 몸매와 뛰어난 비행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목표물을 향해 시속 300km로 급강하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조류 중 급강하 속도가 가장 빨라 기네스북에 올랐다. 또한 사람의 10배에 달하는 시력으로 먹이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사냥을 한다. 다부진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날개는 송골매의 위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비행하는 송골매 암컷 다리에는 사람들에 의해 길들었다가 버려졌거나 탈출한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끈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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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함'의 상징인 송골매는 예로부터 인간과 가까운 존재였다. 선조들은 '참매', '해동청', '각운각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고 매사냥을 통해 송골매와 교감하며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젠 매사냥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명맥이 끊어지고 있다. 이런 연유일까. 태종대에서 만난 송골매 한 쌍 중 암컷은 다리에 끈이 묶여 있었다. 이는 사람들에 길들어졌다가 버려졌거나 탈출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발에 묶인 그 끈이 비행과 먹이 활동에 방해가 되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비행을 위해 부디 암컷 송골매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길 바란다. 발길을 돌리며 송골매에게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귀여운 2세와 행복하게 지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송골매 한 마리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한 먹잇감을 움켜쥐고 둥지로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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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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