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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친중' 사업가 머스크, 중국 견제 장애물? 트럼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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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감축으로 필수 기관 자진 해체
국방부에 對中전쟁 브리핑까지 요구
“中 사업자 안 돼”… 선 그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는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2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주최 남자 레슬링선수권에 동반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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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맨손으로 600조 원이 넘는 부(富)를 일군 갑부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측근 실세로 자리 잡았고, 연방정부 구조조정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사업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까닭에 그의 큰 영향력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국가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를 신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돈 아끼려 中 눈엣가시 제거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해체됐거나 폐지될 위기에 직면한 국방부 내부 싱크탱크 총괄평가국(ONA), 국토안보부 사이버 보안 관련 조직 사이버안전점검위원회(CSRB), 관영 매체 미국의소리(VOA)·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하나같이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던 미 정부 기관이다.

ONA는 인공지능(AI), 자율무기 등 미국이 향후 10~20년 안에 직면할 도전을 예측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가 대만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이 조직이 고민하던 주제였다. CSRB는 중국 정보기관이 미국의 통신 대기업들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에 대한 증언을 막 청취하기 시작한 참이었다. RFA와 VOA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문제 등을 보도하며 중국의 선전 활동에 맞서 미국의 이념과 시각을 전파해 왔다.

이들이 문을 닫게 된 것은 머스크가 수장인 정부효율부(DOGE)가 국익을 위한 전략 없이 졸속으로 단행하는 정부 구조조정이 초래한 부작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 마이클 그린은 NYT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적극 대처한다고 하면서 국력에 긴요한 수단을 없애는 것은 모순”이라며 특히 미국의 소프트파워(문화·이념적 영향력) 상실로 생긴 공백을 중국이 메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 중국과의 전쟁 계획이 궁금했나

21일 미국 국방부를 방문한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겸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왼쪽 두 번째)가 피트 헤그세스(왼쪽 세 번째) 국방장관과 만나 웃고 있다. 동영상에서 캡처된 장면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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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는 머스크 관련 변수는 ‘정부 비용 감축’이란 명분만이 아니다. 머스크의 개입이 자신의 부를 늘리려는 불순한 의도로 오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머스크의 친중(親中) 성향은 비밀이 아니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송의 과반을 책임지는 주력 생산 기지다. 중국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공식 석상에서 대만·중국의 관계를 하와이·미국에 빗대거나 “중국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머스크에게 미 국방부는 중국과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브리핑할 계획이었다고 NYT가 20일 보도해 우려를 낳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게 머스크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보도 뒤 이 일정은 실현되지 않았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엑스(X)에 “대중국 전쟁 계획이 아니라 혁신과 효율성에 대한 논의”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마저 선을 그었다.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사업자에게 그것(대중국 전쟁 계획)을 보여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일론(머스크)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머스크의 역할 제약을 시사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머스크 반대에도 전투기 개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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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머스크의 업체는 국방부 사업을 여럿 수주한 상태다. 정보 독점이 그에게 불공정하고 배타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게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발표한 미국 공군 6세대 최첨단 전투기 사업자 선정도 머스크의 사업적 이익과 밀접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X에 “유인 전투기는 무인기(드론) 시대에 쓸모없다. 조종사만 죽일 뿐”이라고 썼다. 그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구매 중단을 제안한 스텔스 전투기 F-35의 제조업체 록히드마틴은 우주 발사 분야에서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경쟁하는 관계다.

마침 중국은 다음 달 2일 예정된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에 유화 손짓을 보내려 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이 무역 불균형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출자율규제(VER)를 도입하고 대미 자동차 수출량을 통제했던 것을 벤치마킹해, 전기차·배터리 대미 수출량을 스스로 제안하는 방안을 중국이 검토 중이라고 WSJ가 보도했다. 머스크가 어떻게든 간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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