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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사드, 윤석열의 핵무장[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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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천안문 망루외교 벌일 만큼 친중노선 걷다 돌변…최악 한중관계의 시작점

尹, 핵무장 언급했다 '워싱턴선언'으로 포기…여권 인사들은 지속 주장하며 美 의구심

'민감국가' 파동 터지자 일거에 잠잠…책임 있는 정치인 없고, 허약한 민낯 확인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기자수첩'은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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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는 친중 성향이었다. 그는 2013년 취임 후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당선자 시절 특사는 오히려 중국에 먼저 보냈다. 임기 중에는 모두 네 차례 방중했고 매번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미국 방문이 다섯 차례였지만 두 차례는 유엔총회 참석이었음을 감안하면 중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에도 중국을 찾아 시진핑 당시 공산당 상무위원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중국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특히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의 '천안문 망루 외교'는 파격에 가까운 정점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역대 최고 우호관계"라고 극찬했고 박 대통령은 "어려움을 함께 한 친구(患難之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서방국가 대부분이 불참한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미국의 우려가 본격화한 계기가 됐다. 이 때문인지 한중관계는 불과 다섯 달 만에 급반전했다.

이듬해 2월 미국과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협의가 공식 개시됐고 7월에는 사드 배치가 최종 결정됐다. '한한령'을 비롯한 중국의 전방위 보복 조치가 지금까지 길게 이어지는 출발점이었다.

박 대통령의 '롤러코스트 외교'는 윤석열 정부에서 격세유전처럼 재현되는 느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혀 미국은 물론 세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불과 석 달 뒤인 그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대가로 핵무장 포기를 깨끗이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앞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노래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핵무장론은 별 실속도 없이 핵 주권을 포기한 실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언론이 "핵 개발을 하고자 하는 서울의 '외도'(dalliance)가 점증하는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한 (미국의) 영리한 노력"이라고 평가한 것이 한 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물론 홍준표, 오세훈, 나경원 같은 유력 여당 정치인들은 여전히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위권적 핵무장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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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핵무장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수단과 방법은 열려 있다"고 한 데 이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오프 더 테이블(논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제는 외교안보 관료들까지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는다. 미국의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으로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을 불신하는 모양새가 당혹스러웠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민감국가' 파동은 이런 맥락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정부여당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진화에 급급하지만 전문가들은 핵무장론을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외교 난맥상보다 더 씁쓸한 현실은 또 있다. 미국이 사실상 경고 신호를 보내자마자 그 많던 핵무장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일거에 소거됐다. 그 대신에 민감국가 지정은 핵무장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강변과 심지어 야당의 친중 반미 때문이라는 궤변까지 나왔다.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고 세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핵무장론을 무조건 터부시할 수는 없다. 제재와 국제적 고립 등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위를 걸 만큼 꼭 필요하다면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과도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책임있는 정치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민감국가라는 불이익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키다시피 하는 '새 가슴' 내공으로는 애초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우리의 허약한 민낯만 확인한 계기가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드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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