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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崔 떡메 치고 다녀… 황당한 사람” 이재명, 당내 우려에도 탄핵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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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탄핵안 발의]

대행의 대행까지 ‘30번째 탄핵’

野, 탄핵안 표결 신속 진행 방침… 비명 “탄핵이 분풀이 수단 돼선 안돼”

친명서도 “누굴 위한 탄핵” 지적 나와… 與 “이재명의 심각한 자살골” 비판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 의원들이 21일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최 권한대행을 향해 “대놓고 헌법재판소를 능멸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개혁신당은 탄핵소추안 발의를 반대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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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21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새 변수로 떠오르면서 최 권한대행 탄핵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결국 윤석열 행정부 들어 30번째 탄핵안 발의를 강행한 것.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 권한대행을 향해 “몸조심하라”고 한 데 이어 이날 “떡메 치고 다닌다던데 납득하기 어려운 분”이라고 하는 등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실당 당내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날짜가 잡히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커지자 당 지도부가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분풀이 탄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심각한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재명 “崔 헌정질서 파괴 작심”

당초 민주당 내부에선 전날(20일)까지 최 권한대행 탄핵안을 당장 발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19일 열린 심야 비상의원총회에서 ‘줄탄핵’ 시도가 잇따라 기각된 데 따른 역풍을 우려해 최 권한대행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총 결과로 탄핵 결정을 일임받은 지도부가 20일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24일로 지정하면서 당내 신중론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21일 오전 최 권한대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데 이어 오후 야 5당 명의로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전격 발의했다. 이 대표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최 권한대행을 향해 “(직무유기로)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몸조심하라”고 한 지 이틀 만에 고발은 물론이고 탄핵카드까지 꺼내들고 초강경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최 권한대행을 향해 “떡메 치고 다닌다던데 납득하기 어려운 분”이라고 했다. 전날 최 권한대행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점검차 경북 경주를 방문해 전통문화 체험을 한 것을 지적한 것. 이 대표는 또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이런 황당한 사람 처음 봤다”며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겠다고 작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7일 본회의 이전 추가 본회의 개최를 추진해 신속히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의 보고 및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 탄핵을 위해 곧바로 본회의를 여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다음 주 초 처리는 불투명한 상태다. 탄핵안 처리를 위해선 발의 후 첫 본회의에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 비명계 “탄핵이 분풀이 수단 돼선 안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는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각료들에 대한 탄핵이 분풀이 수단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몸조심하라’는 부적절한 발언에 뒤이은 무리한 탄핵 추진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할 수 있음을 민주당은 깊이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계속되는 탄핵은 ‘민주당의 탄핵 때문에 국정이 마비돼 계엄을 했다’는 논리만 강화시킨다”며 “민주당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불안정한 국정 운영 상황에서 (최 대행 탄핵이) 가장 바람직할 길일까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도대체 누굴 위한 탄핵인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최상목 탄핵이 이 대표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전혀 모르겠다”면서 “이런 결정이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이 대표 재판 결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시기적으로 실기했고 중도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탄핵 추진과 관련해 “국정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어이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목적을 잃어버린 감정적인 보복”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표의 뜻이라면 심각한 자살골이고, 박찬대 원내대표의 뜻이라면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암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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