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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트럼프에게 우리 모두 속고 있다[경제적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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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경제적본능'은 CBS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오후 6시마다 업로드되는 경제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의 경제적 본능을 인정하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조건을 탐구하고 실용적 지침까지 제안해 드립니다. 해당 녹취는 관세 드라이브에 사활을 걸면서 자국 주식시장과 물가를 다소 포기?한 듯한 트럼프의 속내를 분석한 제성훈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일부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

"경기침체 감수"한다는 트럼프, 정말 위기인가?


◇ 윤지나> 미국 기준으로는 지난 10일이죠. '블랙 먼데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어요. 22년 9월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고 합니다. "역대 최악의 붕괴"라는 얘기까지 있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이선엽>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건 맞습니다. 문제는, 이 둔화를 막을 브레이크—정부 재정정책이나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거죠.

◇ 윤지나> 연준 의장 파월도 "아직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던데요?

◇ 이선엽> 맞아요. 제롬 파월도, 베센트 장관도, 트럼프도 다 "정책 안 쓸 거다"라고 해버리니, 시장은 "이거 진짜로 둔화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불안에 빠진 거죠. 특히 지금 미국이 쓰고 있는 관세 정책은 물가를 오히려 올리게 되니, 경기는 나쁜데 물가가 올라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이중고가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시장이 패닉에 빠진 데는 두 가지 요인이 더 있었어요. 첫 번째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예요.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금이 오직 미국만 바라봤어요. 왜냐면 미국만 AI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었고, AI를 할 수 있는 기업도 미국의 7개 빅테크 기업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동시에 미국 경제만 유일하게 좋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 유럽과 중국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금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독일이 GDP 대비 재정적자 기준을 넘기겠다고 발표한 건 진짜 역사적인 사건이에요. 독일은 전통적으로 빚을 안 내는 나라거든요. 실제로 이날 이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어요. 돈이 빠져나갔다는 거죠. 또 하나는 중국의 적극적 재정정책이에요. 성장률 목표 5%, 재정적자 4%, 특별 국채까지 꺼내 들었으니까요.

CBS 경제연구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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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나> 미국으로 갔던 돈이 중국과 유럽으로 빠졌다. 다른 이유는요?

◇ 이선엽> 그날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들이 한꺼번에 나왔거든요. 예를 들어 아틀란타 연은의 GDP 예측, 소비자 심리지수, 장단기 금리 역전 같은 것들이요. 이게 일종의 트리거가 돼서 ETF들이 한꺼번에 자동 매도를 쏟아냈어요.

◇ 윤지나> 기계가 쏟아내니 눈덩이처럼 커지는 거군요.

◇ 이선엽> 요즘 글로벌 펀드는 ETF가 중심인데, ETF는 대부분 컴퓨터로 자동 매매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어요. 일정 조건이 되면 기계가 자동으로 매도하게 돼 있어요. 예를 들면, 미국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거나 소비자 심리지수가 악화되면 매도 조건이 발동되는 거죠. 프로그램 매매가 작동하니까 펀드들이 쏟아내고, 이게 연쇄적으로 또 다른 펀드의 매도를 유발하고, 결국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 윤지나> 트럼프는 그런데 정말로 주가는 신경 안 쓰는 걸까요. 안 쓰는 척하는 걸까요. 아니면 괜찮아질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저러는 거예요. 주가가 폭락하자 주가는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발언의 의미는.

트럼프에게는 정책 우선순위와 집행 시간표가 있다



◇ 이선엽> 안 쓰는 척하는 거죠. 지금은 트럼프가 관세로 인해서 각국을 압박하고 협박하는 초기 단계예요. 만약에 여기서 주가를 신경 쓰는 척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트럼프가 이렇게 관세 압박을 하면 미국 주가가 많이 빠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트럼프가 주가 빠졌으니까 신경 쓰겠습니다, 라고 나온다면 오히려 미국이 했던 압박이 역효과가 나올 수 있죠. 속으로는 굉장히 살 떨리면서 주가를 신경 쓰지 않은 척하고 이 정도 하락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관세 정책을 쓸 거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상대한테 굉장히 압박이 효과가 강해진다. 지금 여기서 물러났다가는 쉽지 않은 거죠. 기업 탐방하느라 미국에 가 보면 이미 물가가 임계치를 넘어섰어요. 그나마 미국인들이 버틸 수 있는 건 뭐냐 하면 주가가 많이 올라서 미국인들은 퇴직연금이 전부 다 주식인데, 주식은 10배가 올랐잖아요. 만약에 물가도 되게 높은데 주가도 내려서 쓸 돈이 없게 되면 완전히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트럼프가 길게 쓸 수 있는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CBS 경제연구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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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나> 길지 않다면.

◇ 이선엽> 한 분기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관세라는 것 자체가 효과가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미국에 동종 업종이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 예를 들어서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산업들을 미국이 이미 하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관세 정책을 통해서 밖에서 들어온 물건 가격을 높이면 미국에 있는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미국은 자동차 빼놓고 제조업이 아예 없어요. 이미 있는 산업이라고 해도 기호의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미국 차 살 수 있지만 우리가 조금 더 자동차 관세를 낮춘다고 해서 GM이나 포드 차를 소비자들이 살 것이냐.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의 문제죠. 유럽인들도 벤츠가 택시인 나라인데 미국 차를 선호할 리는 없거든요.

◇ 윤지나> 굉장히 압력이 센 듯한 관세 드라이브의 배경이군요. 빨리 끝내야 하니까.

◇ 이선엽> 길게 못 하려면 조금 더 빠르게 지금 굉장히 더 센 척 해줘야 되는 거고요. 시기적으로 4월이 넘어서부터는 현재 여러분들께서 보시는 것보다는 훨씬 더 완화된 모습을 저는 많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윤지나> 금리 흐름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는 사업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가, 고금리를 병적으로 싫어하던데요.

◇ 이선엽> 지난 정권 자넷 옐런 재무장관께서 빚을 너무 많이 냈어요. 바이든 정권에서 특히 지난해에만 지난해에만 이 분들이 빚을 낼 때 그냥 낸 게 아니라 보통 채권이라는 걸 찍잖아요. 단기채를 너무 많이 찍은 거예요. 1년 안에 갚아야 될 빚을 얘기하는데 그게 올해만 9조 달러가 들어와요. 그중에서 2조 달러가 4월에 집중돼 있어요.

◇ 윤지나> 그럼 4월에 금리가 낮아야 할텐데.

◇ 이선엽> 이거는 갚아야 되는데, 차환 발행이라고 하죠. 만기가 돌아온 걸 또다시 발행하면 되는데, 이 일종의 돌려막기 때 금리가 낮은 수준이면 금리가 내려가는 거거든요.

◇ 윤지나> 게다가 이미 쌓인 부채도 많은데.

CBS 경제연구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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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엽> 지금 효율성위원회라고 일론머스크를 통해 나름대로 비용을 아끼려는 노력도 해야 되겠지만 동시에 낮은 금리에서 국채 금리가 발행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고 그래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올 상반기에 경제를 획기적으로 좋게 만들 필요는 없죠. 적당 수준에서 사람들이 계속 경계하게끔 하는 게 되게 중요해요.

혼란한 글로벌 경제, 분기점 될 4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 윤지나> 4월이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볼 수 있는 분기점 같은 시기로군요.

◇ 이선엽> 결국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 부정적인 인식을 막는 브레이크가 저는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연준의 변화예요. 연준은 지금 마음속에서는 어떻게든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리고 싶어 하는 욕망들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그러지 못한 이유가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겠다는지 명확한 가이드가 없어서 그래요. 그 정책 가이드가 4월 2일에 나와요. 그 결과를 분석을 하고 정말 이 정책이 물가를 얼마나 올릴 수 있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겠죠. 지금은 좌충우돌하면서 뭐 여기도 20% 때리고 200% 때리고 이런 식으로 너무 중구난방이다 보니까 분석이 안 되는 거거든요. 여기서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연준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 윤지나> 3월은 동결이고 그 다음 결정은 5월인데요.

◇ 이선엽> 5월까지는 못 기다릴 것 같아요. 시장이 더 변동이 커질 것 같은데 연준이 경기를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이러면서 포커싱이 바뀌는 지 여부를 보셔야 돼요. 무얼 봐야 하느냐, 경기를 중요시 여기느냐 아니면 물가를 중요시 여기느냐 그것만 보시면 돼요. 만약 연준이 '지금도 물가에 대해서 경계합니다' 이러면 꽝이잖아요. 그게 아니라 '물가보다도 지금은 경제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라고 얘기를 한다든가 이러면 생각이 바뀐 거예요. 올해 금리 인하할 거니까, 알아들었지? 이런 얘기예요.그때부터는 유의미하게 미국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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