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그란데강이 2022년 7월2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근처에서 물이 말라 강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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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가 요청한 물 공급을 거절했다. 양국 간 ‘관세 전쟁’이 일단 유예된 상황에서 이번엔 양국 간 ‘물 분쟁’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각) 멕시코가 미국과의 국경 도시인 티후아나로 보내기 위한 특별 물 공급 요청을 처음으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내 서반구 담당 사무국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늘 미국은 콜로라도강물을 티후아나로 운반하는 특별공급 요청을 처음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1944년 멕시코와 맺은 물 분배 조약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물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미국 농업, 특히 리오그란데 계곡의 농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양국 국경을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과의 물을 나누는 조약을 1944년 맺었다. 이 조약에 따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에서 미국으로 5년마다 175만에이커-피트의 물을 보내고 있다. 1에이커-피트는 1에이커(4046㎡)의 면적을 1피트(30.48㎝)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175만에이커-피트는 21억5859만㎥에 해당한다. 미국도 콜로라도강물 150만에이커-피트(18억5022만㎥)를 멕시코로 보낸다. 매년 달라질 수 있는 수량을 고려해, 5년 동안 할당량을 채우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지난 5년 주기의 공급 시한은 올해 10월이다.
리오그란데강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뉴멕시코주를 거쳐 텍사스주에 들어선 뒤 미국과 멕시코 국경선을 따라 멕시코만까지 굽이굽이 3051㎞를 흐르는 북미에서 4번째로 긴 강이다. 콜로라도강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발원해 캘리포니아, 멕시코를 거쳐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가는 2330㎞의 강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누적되어왔다. 특히 멕시코의 농산물 재배가 늘고 국경 지대 산업 발달로 물 수요가 늘면서 멕시코가 미국으로 물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약 30년째 이어져 왔다. 잇단 가뭄으로 인한 수량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멕시코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온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계곡의 마지막 설탕공장은 물 부족을 이유로 1년 전에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이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을 촉구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물 공급 방식을 개선해, 서로 적절한 시기에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을 합의했다. 멕시코 티후아나는 제조업의 중심지로 약 90%의 물을 미국 콜로라도강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수년 안에 캐나다와도 ‘물 분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컬럼비아강 조약 개정 논의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1964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동남부에서 발원해 미국 오리건·워싱턴주 경계를 따라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컬럼비아강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조약을 맺어 수량을 관리해왔다. 지난해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조약의 만료기한인 9월을 두 달 남긴 7월 조약 개정에 합의했는데, 미국 대선 일정이 겹치면서 개정안의 최종 세부 사항은 완료하지 못한 채, 3년 간의 임시 협정만 체결된 상황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논의가 전면 중단된 것이다. 아직 논의 재개를 둘러싼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 협정(USMCA) 적용 품목에 예외를 두고 이달부터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으며, 다음 달 2일로 시행을 연기했지만 멕시코산 제품에도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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