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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토종 AI 기술 발군…엔비디아·삼성도 반했다 [내일은 천억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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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타


지난해 삼성전자는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과 손잡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온디바이스 AI(자체 기기에서 AI 기술 처리) 이미지 생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엣지퓨전(Edge Fusion)’ 모델로 불리는 이 기술은 기존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의 경량화 버전으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최적화돼 스마트폰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엣지퓨전은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를 기존 10억개에서 5억개로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512×512픽셀의 고품질 이미지를 1초 이내에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노타’다. 노타는 국내 최초로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NVIDIA Metropolis) 파트너사’로 선정되기도 한 AI 기술 전문 스타트업이다. 참고로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는 스마트 시티, 공장 자동화, 지능형 교통 시스템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 프로그램이다. AI 최적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이 프로그램에 포함될 수 있다. 즉 노타는 엔비디아, 삼성, 퀄컴 등 세계적인 AI 칩 제조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인 셈이다. 최근에 끝난 MWC에서는 SK텔레콤과 손잡고 AI 라우팅(AI Routing)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수많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는 가운데 사용자 질문에 가장 적합한 언어 모델을 예측,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이번 MWC에서 한 방문자가 단말기에 질문을 입력하자 AI 라우팅 기술로 정답에 가장 근접한 AI 모델이 선택되는 과정을 시연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다양한 맞춤형 인공지능(AI) 제품을 개발하는 노타. 서 있는 인물이 채명수 대표. (노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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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 어떤 회사?

KAIST 출신 의기투합

노타는 2015년 KAIST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AI 스타트업이다. 창업자는 현재 CTO를 맡고 있는 김태호 이사다. 이후 채명수 대표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경영진 진용이 갖춰졌다.

첫 사업 모델은 스마트폰 오타 보정 기술 앱 ‘노타 키보드’였다. 사명 ‘노타’를 두고 창업 초기에 ‘No(노)+오타’의 줄임말이라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AI 보편화를 위해서는 전자기기가 가진 AI 칩에 맞도록 최적화하고 메모리 크기에 맞게 AI 모델을 경량화하는 일이 필수적이란 걸 알게 됐다. 이에 경영진은 AI 모델 경량화·최적화 플랫폼 ‘넷츠프레소’를 개발, 사업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했다. ‘넷츠프레소’는 노타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AI 모델 최적화 플랫폼으로 고객사는 원하는 하드웨어 환경에 맞춰 AI 모델을 경량화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현재 넷츠프레소는 30개 이상 AI 칩을 지원하며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에서 쓰이고 있다. 참고로 ‘넷츠프레소 모델 컴프레서’ 기술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특허를 획득해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수익 모델은 IT 기업에 넷츠프레소 플랫폼을 제공하고 연간 사용료를 받는 B2B SaaS(계약 기간 내 구독형 과금) 모델과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을 제공해 디바이스당 요금을 책정하는 모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금이 계속 들어오는 사업 구조 덕에 노타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부터 3년간 연매출 성장률이 267%에 달한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자 유치 또한 순항 중이다. 노타는 최근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 동력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3월 기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531억원으로 특히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대기업 대부분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노타는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하며 올 상반기를 목표로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다.

매경이코노미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 이용하는 넷츠프레소.


글로벌 무대로

AI 보편화에 기여

“AI 분야에서 ‘AI 모델 경량화’라는 세부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는데 당시 국내에서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거의 없었다. 노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기술력을 갖춰 지속적으로 투자하게 됐다.”

초기 단계부터 매 라운드마다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송영돈 상무 설명이다. 실제 노타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최근 두바이 교통국(RTA)과 협력해 추진 중인 온디바이스 VLM 기반 ITS(지능형 교통 시스템)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VLM’이란 멀티모달(Multimodal·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이해하는 AI 기술)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교통사고를 모니터링, 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노타의 고유 솔루션이다. 채명수 대표는 “첫 성공 사례를 두바이 교통국과 함께하게 됐다”며 “앞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와 도시로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년간 쌓아온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다. 엔비디아, 암, 퀄컴, 소니, 삼성전자 등 AI 칩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노타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해외 시장 확장을 위해 노타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공동 마케팅(co- marketing), 공동 영업(co-sales)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 채 대표는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마켓 채널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잘 갖춰놓은 글로벌 업계 리딩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노타는 지난해 확보한 투자 금액에 이어 올해 상장까지 성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R&D 투자와 우수 인재 영입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노타는 AI 최적화 기술로 온디바이스 AI 칩 외에도 제조,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점은 없나

중국 기업과 경쟁 치열

물론 노타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꽤 있다.

당장 AI 경쟁국인 중국에서 자체적인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 외 노타의 사업 부문에서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기업이 많다. 그만큼 발 빠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시장 내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온디바이스 AI 기술 역시 스마트폰, IoT 기기, 전장 시스템(자동차 AI) 등 저전력 환경에서도 AI가 실행돼야 하는데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 업그레이드에 계속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바, 이를 얼마나 매출로 잘 연동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따라서 상장 성공 이후에도 신규 자금 확보,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내외부 분석이다.

채명수 대표는 “ ‘AI 에브리웨어(모든 전자기기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AI가 세상에 보편화되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기업은 노타’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정수민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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