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트리밍'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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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방송'을 하고 누구나 '볼거리'가 되는 시대. 매체가 다양해지고 소통의 장벽은 낮아지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흐려지고, 자극을 위한 자극들로 무분별한 소비와 피로만 남게 됐다. 누구나 스피커가 되고, 무엇이든 소비되는 콘텐츠의 시대. 영화 '스트리밍'은 쉴 새 없이 자극을 좇는 1인 미디어의 민낯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구독자와 시청자 수에 따라 후원금을 지원받는 스트리밍 플랫폼 '왜그'. 플랫폼 내 최고 구독자 수를 보유한 범죄 전문 스트리머 '우상'(강하늘 분)은 미제 사건 분석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경쟁자인 범죄 채널 스트리머 '마틸다'와 함께 화제의 중심인 '옷자락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지만, 점차 시청자들의 관심은 '마틸다'에게 쏠리기 시작한다. 화제성을 빼앗기고 체면까지 구긴 우상은 1위를 되찾기 위해 사건을 더욱 자극적으로 접근하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위험한 추적을 감행한다. 그러던 중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어 마틸다가 납치되는 예측 불허의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 '스트리밍'은 기존 영화 문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밀도 있는 편집이나 감정의 극대화를 이끄는 기존 영화의 문법 대신, 라이브를 강조하여 마치 실제 사건과 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주로 롱테이크로 촬영된 '스트리밍'은 인물들의 대사가 서로 맞물리거나 동선이 뒤엉키는 등 의도적으로 엉성한 호흡을 연출해 생생하고 즉흥적인 느낌을 살린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영화는 다양한 흥미로운 소재와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하나로 매끄럽게 꿰어내지 못한다. 전체적인 만듦새가 아쉬워 소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겉도는 인상을 준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참여를 유도하며 실시간 라이브 방식을 고수하지만 이 영화가 강조하는 '라이브'가 영화적인 재미로까지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흥미로운 도전이지만, 동영상 플랫폼이 아닌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명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득력 있는 답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에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 주요 사건과 단서를 찾아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몰입감 있고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야기의 성긴 구조는 빠른 전개 속도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특히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추격 장면 이후 영화는 속도감을 끌어올리며 관객을 끝까지 몰아붙인다.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밀고 당기는 영화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 같은 '스트리밍'의 강렬한 템포는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긴 여운과 숨가쁜 감정을 남긴다.
배우들의 활약도 영화의 장점이다. 강하늘을 주축으로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작품에 신선함과 사실감을 더한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순박하고 유쾌한 매력을 선보였던 강하늘은 이번 영화에서 허세 가득한 범죄 채널 스트리머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강하늘의 연기 내공과 섬세한 디테일로 캐릭터에 깊이와 생동감이 부여됐다. 강하늘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우상의 경쟁자 마틸다 역을 맡은 하서윤과 스토커 이진성 역의 강하경 역시 안정적인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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