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칼라 카디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가 입은 숄칼라 카디건. |
최근 유재석의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에 배우 이병헌이 숄칼라(shawl Collar) 카디건을 입고 나왔다. 작은 방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친근한 콘셉트에 맞춰 출연자들도 대부분 옷을 갖춰 입는 대신 일상복에 가깝게 연출한다. 하지만 이병헌은 역시 뭔가 아는 사람이었다. 결국 수백 만 대중 앞에 영화를 홍보차 나온 자리다. 마냥 편하게 나오기에는 예의가, 한껏 꾸미기에는 센스가 아쉬울 수 있다. 숄칼라 카디건은 캐주얼함과 격식이 공존하는 자리에, 그것도 간절기에, 중년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옷차림이었다.
숄칼라 카디건은 목 부분부터 가슴까지 이어지는 두툼하고 둥근 칼라가 특징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볼륨 있는 실루엣은 중후함과 편안함, 격식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표현하는 다채로운 멋을 품고 있다.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응접실에서 시가를 피울 때 갈아입었다는 스모킹 재킷의 우아함과, 혹독하고 거친 바다 날씨를 버티기 위해 두툼한 울 소재로 목을 감쌌던 영국과 미 해군의 수병용 니트의 기능성과 남성미를 DNA로 삼고 있다는 데 그 연유가 있다.
이병헌의 옷차림이 눈길을 끈 이유 또 하나는 그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영화배우라는 점이다. 숄칼라 카디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멋진 남성의 표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아이템이다. 1960년대 스티브 매퀸, 폴 뉴먼, 알랭 들롱 등 이른바 ‘맨즈웨어’의 표본을 만든 세계 영화계 대표 멋쟁이들이 애용했다. 그뿐 아니라 ‘007 카지노로얄’(2006),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에서 대니얼 크레이그는 톰 포드의 숄칼라 카디건을 다양하게 활용해 슈트를 입지 않고도 세련된 동시에 남성미를 뽐내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이듬해 개봉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의 브래드 피트는 숄칼라 카디건의 예스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되돌렸다. 극중 브래드 피트는 카키색 치노 팬츠와 목 부분이 두껍고 탄탄한 흰 티셔츠 위에 브라운색 숄칼라 카디건을 걸치고 발레 학원으로 아내를 마중 나간다. 이 장면 속 코디는 2025년도의 이병헌이 그대로 따르고 있을 만큼 숄칼라 카디건의 정석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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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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