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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 (수)

주가 반토막에 고개 숙인 백종원 “회사 원점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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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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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포함해 여러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종원(59) 더본코리아 대표가 등장했다. 이곳을 찾은 건 방송인 백종원이 아니었다. 그의 신분은 상장사 더본코리아 대표였다. 이날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작년 11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열었다.

‘셀럽’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백 대표가 등장한 주총장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백 대표는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주총장에 들어섰다. 숱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충남 예산시장을 개선해 인파를 끌어모으며 ‘장사 천재’ ‘스타 사업가’로 불렸던 백 대표는 주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더본코리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고, 사업과 관련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유명세가 셀럽과 경영인 사이에서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한편으로는 기업 경영에 독이 될 수 있는 비난의 목소리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논란

백 대표는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를 통해 외식 프랜차이즈(가맹) 사업, 자기 얼굴을 내세워 홈쇼핑, 대형마트, 편의점 등과 협업 상품을 개발하는 유통 사업, 제주도 호텔 사업, 지역 개발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집안에서 운영하는 사학재단(예덕학원)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백 대표는 25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점포 수만 3066개에 달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 점포가 1712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백 대표는 구독자 666만명짜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주총에서 백 대표는 “창립 이래 최대의 호실적”이라고 말했다. 더본코리아는 작년 매출 4641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더본코리아 주가는 실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더본코리아 주가는 공모가(3만4000원) 대비 51.18% 오른 5만1400원에 마감했다. 백 대표는 상장 기념식에서 전광판에 ‘현재가’로 6만1800원이 표시되자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더본코리아 주가는 작년 11월 8일 최고가(6만4500원)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장 한 달 만에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백 대표는 주총장에서 “주주님들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영자로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총이 열린 이날 더본코리아 주가는 전일 대비 4.34% 오른 3만50원에 장을 마쳤다. 백 대표는 주총에서 “(주가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며 “어떻게든 올리려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주들이) 뭐라도 던지면 맞으려 했는데, 죄송스럽다”며 “상장 전에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지 몰랐다”고도 했다.

백 대표가 고개를 숙인 건 주가 약세뿐 아니라 최근 사업을 둘러싼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빽다방의 제품 원산지 허위 광고 의혹과 감귤 맥주의 재료 함량 문제, 간장과 된장 원산지 거짓 표기, 농업진흥구역에서 외국산 원료로 제품을 생산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비판 등이 상장 이후 터져 나오고 있다. 적은 돼지고기 함량에도 비싼 값을 받았다는 비판을 받은 햄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회사 내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와 협력해 투명성을 높이고 실효적인 내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유명세에 과도한 비난?

일각에선 백 대표가 사업가인 동시에 방송인으로서 유명세를 얻으면서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가 이끄는 회사 규모에 비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반 기업이라면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 문제도 크게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종원 대표의 높은 인지도가 사업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오너 리스크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오너 리스크도 맞다고 해야 하지만 이걸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꾸짖어 주시고 잘한 점에 대해서는 칭찬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제일 잘하는 분야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을 짜는 거라 제가 더 활동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될 줄 알았다”며 “필요하다면 전문 경영인도 분야별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백 대표는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해외 진출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사업을 굉장히 많이 전개하고 있다”며 “한식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가 성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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