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과 민주당 정치인들
모두 손발 묶인 상태
李 혼자 광폭 자유 행보
선거법 무죄까지 받아
계엄이 촉발한 정치 급류
어디로 흘러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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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계엄과 탄핵소추 이후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을 의식한 행보를 하면 지지층으로부터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거냐’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정치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면 지지층으로부터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행동의 자유를 누리며 마음껏 독주하고 있다. 누군가 이를 ‘이재명의 빈집 털이’라고 했다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국이 빈집이 됐고, 이 대표는 그 빈집에서 우클릭도 해보고 신통치 않으면 좌클릭도 해보며 운신의 폭을 최대한 넓혀가고 있다. 계엄부터 어제까지 113일간이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다른 주자들보다 선거운동 기간이 3배나 긴 셈이다. 100m 달리기인데 이 대표는 50m 앞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경협(전경련 후신) 류진 회장과 만났고 4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인사들과도 만났다.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주한 일본 대사 등 외교 관련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한·미·일 협력은 한국의 중대한 과제”라고 과거와 전혀 다른 언급을 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에 대해서도 기존의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국내외 언론과 접촉면도 크게 늘렸다.
특히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한해 주 52시간제를 예외로 하자는 놀라운 태도 변화를 보였다. 연금 개혁안에 대해 정부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도 내렸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기본 소득제도 포기하는 것처럼 언급했다. 중도와 중도우파 표까지 흡수하려는 선거 전략이었다.
빈집 털이 중에는 악재도 영향을 못 미치는 것 같다. 최상목 대통령 대행에게 “현행범”이라며 “몸조심하라”는 폭언을 했는데도 지지율에 영향이 없다. 정책과 말이 오락가락 표변하고 ‘거짓말할 것 같은 정치인’ 1위로 발표돼도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30명이나 줄탄핵을 하고, 그중 헌재 판결이 난 9명 전원이 기각됐는데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국정 문란 면허를 받은 듯하다.
이 대표는 어제 선거법 2심에서 통째로 무죄를 선고받아 이제는 빈집을 아예 차지할 것 같은 기세다. 유죄가 됐다면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지만 원천 차단됐다. 남은 변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밖에 없다.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로 결론 나면 이 대표의 빈집 털이도 즉시 끝난다. 정국은 다시 ‘윤 대(對) 이’의 무한 정쟁 소용돌이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해야 하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선거운동을 바로 개시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빈집 털이도 끝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선거법 2심은 통째로 무죄가 되고 윤 대통령만 탄핵된다면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광장에 나와 있는 탄핵 반대층이 전면적인 헌재 심판 불복 운동에 들어가고 여기에 윤 대통령이 가세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조차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할 수 있다. 치른다 해도 지지율 상승의 컨벤션 효과는 힘들어질 것이다. 자칫하면 이 대표의 빈집 털이 상황이 사실상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12월 3일 시작된 정치 급류가 가늠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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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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