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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좌파 판사 탄핵해야” 공세에… “부적절” 반박 나선 보수성향 대법원장[지금,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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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버츠 美연방대법원장

불법이민 추방 제동 건 판사 공격에

대법원장 “탄핵보다 항소가 적절

200년 넘는 시간 동안 입증돼”

동아일보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70·사진)이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의 탄핵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2세기가 넘는 동안 (법관) 탄핵은 사법부 결정을 둘러싼 이견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근 수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국 초 제정된 전시(戰時)법 ‘적성국 국민법’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를 해외로 추방한 것을 두고 ‘효력 일시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즈버그 판사를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라 주장하며 탄핵을 요구했다. 이에 로버츠 대법원장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특정 판결에 불복한다면 해당 판사의 탄핵을 추진하지 말고 “일반적인 항소 절차를 따르라”고 요구한 것이다.

연방판사의 탄핵은 전체 435석인 하원의 과반, 전체 100석인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 모두 필요하다. 공화당은 상하원 다수당이나 이 조건에는 미달해 독자적인 법관 탄핵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 유권자를 규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05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총기, 낙태 의제 등에서 주로 보수 성향 판결을 내렸음에도 내내 보수 진영과 불편한 관계였다. 특히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오바마케어, 즉 ‘환자 보호 및 보험료 적정 부담법(PPACA)’에 대한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오바마케어의 목표는 모든 미국인이 민간 혹은 공공보험 중 반드시 하나는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국민들의 보험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민주당은 저소득층을 위해 오바마케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선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도 그와 갈등을 빚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불법 이민자의 미국 체류를 중지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이 정책의 효력 중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에게 오바마, 트럼프, 부시, 클린턴 판사는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강경 보수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발탁했으며 낙태 반대 성향인 에이미 배럿 연방대법관의 최근 판결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국제개발처(USAID)가 외국 원조를 계속하라는 하급 법원의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이들은 배럿 대법관이 3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과 함께 기각에 표결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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