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일제히 보수 핵심지지층에 대한 호소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유승민·한동훈·안철수 등 3명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아 통합을 강조하는 한편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 과거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탄핵 반대'를 천명한 지도부와 거리를 좁혀온 오 시장은 본인이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데 대해 "오해가 있다"며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18일 대구를 찾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이나 포고령 등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변한 게 없다"면서도 "국민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려면 국민의힘 내부가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분열조차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하나가 되자고 말씀드릴 수 있겠나"라는 등 당내 통합 메시지를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유죄 선고를 받으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민주당이나 이 대표의 여러 행보나 언행들을 보면 2심 유죄판결이 나와도 무죄추정 원칙을 주장하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의힘은 하나로 똘똘 뭉쳐 어떡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당내 지지세가 약한 본인의 입지를 고려해, '이 대표를 막아야 한다'는 보수진영 내 최대화두를 '통합'의 연결고리로 내세운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이 대표는 5개 재판에서 선거법 위반보다 훨씬 더 중요한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그런 범죄 혐의자가 대선에 출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에는 경북 경산시 소재의 영남대학교를 찾아 대학생 대상 강연을 했다. 그는 오는 19일에는 인천대학교에서도 '헌법과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8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서 '정치를 바꿔라 미래를 바꿔라'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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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특히 본인 대표직 사퇴의 계기가 된 탄핵소추안 찬성표결 독려 활동과 관련 "후회하는 결정은 없다", "다시 돌아가도 계엄을 막았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지역민들을 의식한 듯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상처받고 힘들어하시는 데 대해서는 제가 대단히 죄송했다"며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을 꼭 통합하고 치유하는 일을 잘해보려 한다"며 "그 마음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등 통합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채널A 유튜브 인터뷰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와 맞붙어)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없다", "이 대표는 확실하게 넘지 못할 천장에 막혀 있다"는 등 견제구를 쏟아냈다. 이 대표와 자신의 대결 구도를 강조, 보수진영 후보로서의 본인 입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 한 전 대표와 함께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 또한 지난 12일 이미 대구를 찾아 지역민심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대구 동산병원을 방문하고 경북대에서 청년 강연을 진행한 안 의원은 역시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해 이재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당시 그는 "조금 의견이 다르다고 (의견이) 다른 분들을 이렇게 배척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보수 지지층이) 다 모여도 30%밖에 안 된다. (그럼) 오히려 그분들이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꼴이 돼 버린다"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정말로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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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지난 18일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탄핵 찬성파가 맞느냐'는 질문에 "오해가 있다"며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어서 (탄핵 결정을) 당론으로 하라는 취지였고, 수습의 방식이었다"라고 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가 '오 시장이 탄핵 찬성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본인 책에 서술한 데 대해서도 "법조인인데 구분 못하시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선고가 늦어지는 상황과 관련 "늦어지는 건 이상징후이고,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사정이 생겼기 때문으로 짐작된다"며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기각 두 분, 각하 한 분 정도 의견이 모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헌법재판소 평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예상해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선고가 가까워지면서 대선 행보를 자제하고 잠행을 이어오던 탄핵 반대파 그룹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19일 서울대를 찾아 특강을 진행하는 등 대선 행보를 재가동한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는 "중도 확장은 자기 노선이 분명할때 가능한 것"이라는 등 탄핵 찬성파 그룹에 대한 견제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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